A씨, 현대건설 도시정비팀 소속…재건축·재개발 수주담당 신반포2차 주민참여단 18명중 한명…2006년 소유권 획득반포1단지 수주 핵심역할…도정법 위반 징역 1년·집유 2년
  • ▲ 신반포2차 단지에 걸린 현대건설 홍보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 신반포2차 단지에 걸린 현대건설 홍보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는 현대건설이 암초를 만났다. 조합원인 현대건설 직원 A씨가 사업추진에 관여,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추진과 시공사 선정에 유리한 여론을 부추겼다는 사전담합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해당의혹에 대해 신통기획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특정건설사·개인이익을 위해 도시정비사업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주민들이 공론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어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본지취재와 주민제보를 종합한 결과 이번 논란의 발단은 2022년 10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반포2차 조합은 본격적인 신통기획 추진을 위해 주민참여단을 구성했다. 주민참여단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소통기구 역할을 수행한다. 과도한 공공기여 등을 이유로 신통기획 반대여론이 적잖았던 만큼 주민참여단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던 시점이었다.

    주민참여단 명단엔 조합장과 고문, 상근이사, 각 동별 대표자 1명씩 등 총 18명이 이름을 올렸고 여기에 논란이 된 A씨가 포함됐다는 게 비대위 측 주장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등기부등본을 조회해본 결과 실제로 A씨는 2006년 매입을 통해 소유주 지위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건설사 직원이 주민 의사결정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주민참여단에 몸을 담은 것 자체가 공정성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서울시 등에 이의를 제기해봤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어 뒤늦게라도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재건축·재개발 수주업무를 맡는 도시정비팀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발여론이 거세졌다.

    그는 2017년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를 수주할 당시 핵심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주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그에 대한 주민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 ▲ 신속통합기획이 조합에 더 유리하다는 현대건설 의견서. ⓒ제보자 제공
    ▲ 신속통합기획이 조합에 더 유리하다는 현대건설 의견서. ⓒ제보자 제공
    비대위 주장이 사실이라면 A씨는 왜 주민참여단에 이름을 올려 신통기획 추진에 힘을 보탰을까.

    이는 신통기획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해야 시공사에 돌아가는 '파이'가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신통기획 재건축은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가 적용돼 아파트를 더 높게 지을 수 있다"며 "그만큼 사업성이 좋아지고 공사비도 더 올려받을 수 있어 대형건설사에게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확정된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신반포2차는 최고 49층, 2050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기존 재건축 계획인 최고 35층, 1840가구를 크게 웃도는 조건이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5월경 신통기획안을 추진할 경우 조합 수익이 늘고 사업기간이 단축돼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회신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논란에 대해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려워 보인다.

    도정법상 조합원이 맞고 직접적인 금품 제공 등 불법행위가 없었으며 겸직이 금지된 조합장 신분이 아니라면 '건설사 직원'이라는 직업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황상 주민 반발을 야기할 요인은 될 수 있다는 게 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건설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사실 시공사 선정 전 특정 건설사 직원이 조합원 자격을 얻어 말이 나오는 사례가 꽤 많다"며 "신반포2차 경우 시장에서 가장 핫한 사업지라 논란이 유독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법성 여부와 별개로 재건축으로 수억, 수십억원이 왔다갔다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 ▲ 신반포2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 신반포2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정환 기자
    일각에선 현대건설이 이번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강변 H벨트' 구축을 위한 공격적인 수주전략이 되려 주민반발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은 2020년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담당임원들의 조합원 자격취득 사실을 공표하는 전례없는 홍보전략을 펼쳤다.

    수주전을 지휘했던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당시 주택사업본부장)는 합동설명회에서 "내가 살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조합원 취득사실을 밝혀 표심몰이에 성공했다.

    당시 업계에선 파격적인 홍보라는 평가와 함께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졌다.

    2017년 수주한 반포주공1단지에선 금품 살포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대건설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 재개발 조합원들에게 시공사로 선정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언급된 직원은 조합원 자격만 있을뿐 신반포2차 영업담당도 아니고 조합에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도 아니다"며 "비대위 측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재건축 추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배밭에선 갓끈도 고쳐매지 말라'고 했는데 현대건설 상황이 그런 것 같다"며 "시공사 선정전부터 이런저런 잡음이 나오면 주민간 갈등이 심화하거나, 서울시 등 관이 개입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