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역사 스미토모重 "상선 수주 안 한다"중국과 수주경쟁 벌이는 한국 조선도 주시마진 높은 LNG운반선·초대형 컨선 향후 수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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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년 역사를 지닌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의 조선업 철수에 한국 조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저가 수주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의 '치킨 게임'을 끝내겠다는 것으로 비슷한 입장에 처한 우리 조선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스미토모중공업은 올해부터 상선용 선박 신규 수주를 중단하고 조선사업을 청산키로 결정했다. 다만 이전에 건조된 선박 서비스와 수리사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성명을 통해 "철강 등 소재 장비 가격 상승과 해외 업체와의 지속적인 수급 격차로 인하 치열한 경쟁 등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스미토모중공업은 향후 재생 에너지를 선박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과 해상 풍력시설을 상업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전통의 일본 조선기업 퇴장은 한국보단 중국 조선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스미토모중공업의 남은 수주잔량은 11만5000DWT급 유조선 6척인데 이는 비교적 저가형 선박으로 평가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는 국내 조선3사 영업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중국 조선업은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탱커(유조선) 시장에 특화돼 있다. 저가 수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주량을 늘리는 식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1723척 선박 가운데 중국이 65%(1117척)를 쓸어갔지만, 선종 및 선형 난이도에 따라 조정한 표준선환산톤수로 환산하면 60%(2493만CGT)로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조선업 사이클을 맞아 한국 조선업계는 카타르 등 몇몇 국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서왔다. LPG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대량 수주하면서 향후 3년치 일감은 확보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선박 가격이 치솟자 고부가 선박 수요는 줄고 저가형 탱커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지난달 그리스 선주들이 발주한 18억달러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4척은 모두 중국이 가져가기도 했다. VLCC는 선가가 낮고 투입되는 후판이 많은 선박으로 조선소에서 꺼려하는 선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기업설명회에서 "VLCC 수주는 조선소에서 필요한 수준에서만 나설 것"이라며 "중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중국의 기술력 추격도 만만치 않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의 경우 지난 1월 발주된 18척을 모두 중국이 가져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전략물자인 선박 건조 조선소가 줄어드는 것을 심각한 안보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기술 개발 지원과 조세 및 금융 지원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