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3월 중하순 주주총회 예상복권 후 조직 재정비 인적쇄신 단행경찰 수사 재개·행동주의 등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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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전(前) 태광그룹 회장이 특별사면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경영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사면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이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따라서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 시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22일 태광산업에 따르면 제 63기 정기주주총회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태광산업은 통상 주총이 집중되는 3월 중하순에 주총을 개최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2대주주(지분 5.8% 보유)인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때문이었는지 유독 늦은 3월 31일에 주총을 개최한 바 있다.이번 주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10여년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그러나 특정경제가중처벌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왔다. 앞서 그는 검찰에 기소된 이후인 2012년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그의 복권 이후 태광그룹은 전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 작업을 단행해왔다. 지난 10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 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위원회를 출범했고, 대한화섬과 태광산업 등 계열사 마다 ESG위원회도 설치했다. 11월에는 ▲환경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핵심 전략방향으로 하는 ‘ESG경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그룹사 임직원들이 참여해 ESG 경영 슬로건을 확정짓기도 했다.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전 계열사를 상대로 고강도 특별감사를 실시한데이어 연말 인사를 통해 성회용 전 티캐스트 대표를 태광산업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는 이 전 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으며 그룹 합류전부터 신임을 받은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다. 당시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를 앞두고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이 전 회장의 복귀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룹의 성장은 물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태광그룹의 주력계열사 태광산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2654, 영업손실 99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3.1% 감소했지만 영업손실폭은 전년 1045억원에서 소폭 개선됐다. 같은기간 순이익은 95.1% 감소한 152억원에 그쳤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감소와 업황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지난 2022년 말 발표한 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태광그룹은 오는 2032년까지 제조·금융·서비스 부문에 12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광산업을 주축으로 주력사업 강화와 신사업 개척에 나서겠다는게 골자였다. 또한 전 계열사에 약 7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하지만 투자와 성장이 멈추면서 2018년 36위였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52위까지 떨어졌다.이 전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다시 시작된 점은 복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이 전 회장은 현재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태광CC를 통해 계열사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해 말까지 사무실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가 다시 시작된만큼 당분간 경영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아울러 경영권 분쟁 등 잡음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6일 지분 보유목적 변경 공시를 하며 오는 3월 열리는 태광산업 정기 주총에서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복귀는 준법경영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재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2022년 투자계획을 발표하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건 대내외적 여건이 힘든 가운데 대규모 투자계획에 동반되는 리스크를 감내할 리더십 부재가 크다”며 “복권 조치를 받은 타그룹과 비교해도 이제는 이 회장이 복귀가 걸림돌이 될만한 시점은 아닌 듯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