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키움맨' 박연채 부사장 돌연 이직… VC로 간 이유는

박연채 키움증권 부사장이 돌연 거처를 옮긴다. 새 보금자리는 새한창업투자로 1세대 벤처캐피탈(VC)이다. 오랜 기간 '장수 리터치센터장'으로 불리며 '키움맨' 타이틀을 공고히 했던 박 부사장이 과감하게 사퇴를 결정한 가운데 향후 VC 업계에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키움증권에서 이달 말까지 근무한다. 오는 4월부터는 새한창업투자 대표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한일투자신탁, 메릴린치, 한누리증권(현 KB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뒤 2006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키움증권의 리서치 영업역량을 강화했다는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전무로 승진했다. 2020년에는 부사장에 오른 뒤 최근까지 기관영업과 리테일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엄주성 대표와 함께 사장단(대표이사) 후보 인사 하마평에 올랐지만 기존 자리를 지키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박 부사장이 키움증권에서의 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영풍 제지', '오너 이슈' 등 각종 잡음으로 몸살을 겪었던데다 인사까지 제자리에 머물면서 여러모로 키움증권 분위기에 대한 피로도가 쌓였다는 이유에서다.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박 부사장의 이직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시선도 있다. 올 초 박 부사장이 회사 경영과 무관한 개인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이유다. 지난달 14일 박 부사장은 대한수의사회가 주축인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합동협의회' 멤버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협의회에는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김종갑 GDIN 대표, 고양이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송명석 알엑스바이오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포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 관계자가 유일했지만 회사 측은 박 부사장의 행보에 눈치를 채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키움증권 관계자는 "박 부사장 개인적인 이유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많아 참여했다"며 "향후 회사 차원에서도 반려동물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 차원에서의 접근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풀이되지만 향후 박 부사장이 진두지휘할 새한창투를 염두하면 아예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새한창투는 1989년 설립된 VC로 최대주주는 새한에프앤비다.

새한에프앤비는 중소기업창업 등에 대한 투자 사업 외에도 증류주·와인·프랜차이즈 등 식음료 제조·유통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반려동물산업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주력 투자 부문인 식음료 쪽과 연계해 다양한 사업을 운용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새한창투가 벌여놓은 펀드 재정비도 박 부사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새한창투의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24억 원이며, 투자실적자산은 1869억 원 규모다. 자본금은 3042억 원이다.

다만 주요 종속회사의 내부 상황을 뜯어보면 2022년 기준 당기손익이 발생한 투자 건들이 눈에 띈다. 증류주 제조 사업인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손실은 1억 원에 머물러 있으며, 현재 운용하고 있는 벤처 펀드도 대부분 수익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새한창투의 2022년 기준 벤처펀드는 총 18개로, 2020년에만 펀드를 7개나 결성했다. 한 번에 운용하는 펀드가 많으면 관리 소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새한창투는 투자의무비율 위반으로 받은 제재가 총 3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 박 부사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로 보여진다. 리테일·투자 등 등 자금 흐름 시장 상황에 능통한 그가 향후 새한창투의 수익성을 키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박 부사장이 그간 키움증권을 대형사 반열에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은 만큼 회사를 떠나는 데 큰 미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키움에서 쌓은 다양한 노하우로 VC 업계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