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 끝내 무산…헌법소원 착수중소기업계, 명확성·과잉금지 원칙 등 위배 주장대형 로펌과 헌법소원 준비…위헌성 인정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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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끝내 무산되면서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 준비에 착수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중소기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처법의 위헌성을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는 최근 50인 미만 기업의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가능성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국내 한 유명 로펌과 논의 중으로, 내달 헌법재판소를 통해 중처법의 위헌 소지 여부를 따지겠다는 방침이다.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 등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늦춰 올 1월 27일부터 적용됐다.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과잉금지 원칙 위배 ▲평등원칙 위배 ▲자기책임의 원리 위배 등을 놓고 위헌성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헌법에 위배한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중소기업계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의무 조항과 처벌조항이 있는데, 중처법에서 ‘1년 이상의 징역’이란 독소조항을 만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공포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처법의 ‘유예’도 유예지만 과도한 법 적용이 과연 맞는지 헌법소원을 통해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헌법소원’이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침해된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로 법률 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중처법이 지난 1월 27일 확대 시행돼 오는 4월 26일까지는 청구해야 한다.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이르면 4월 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중소기업계가 개최한 중처법 유예 촉구 결의대회에서 헌법소원 동참 의사를 전한 중소기업이 다수 존재하고, 법률자문이 한창인 등 헌법소원에 대한 업계 의지가 상당한 상황이다.다만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중처법에 대한 위헌성이 가려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법원은 중처법에 대해 명확성·과잉금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 기업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을 기각한 바 있다.법무법인 화우의 양시훈 노동그룹 파트너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중처법 일부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돼 있어 문제의 소지는 있어보이지만, 헌재에서 다수 의견으로 이 원칙을 위헌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을 낮아보인다”고 말했다.중처법이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따져볼 수는 있지만 위헌 판정을 받기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중처법 시행 이후 실제 실형 선고가 나온 사례가 드물고, 제도 자체가 최고경영자에게 안전사고 매뉴얼 작성을 넘어서 시행, 감독의 책임까지 다하란 의미에서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양 변호사는 “대기업에 비해 상시근로자 50인 이하 영세사업장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컨설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대비책을 마련하기에도 여력이 부족하므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한편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과 함께 전국단위의 대규모 집회를 계속하며 50인 미만 중처법 시행이 과도하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유예를 촉구할 방침이다. 앞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경기 수원, 광주광역시에 이어 충청권, 영남권, 서울 등에서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다.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전 마지막 기회인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확대 적용 시한을 더 늦춰달라고 호소하며, 불발될 경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김 회장은 “많은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단체가 헌법소원을 내자고 해 노동 전문변호사들과 유명 로펌에 알아보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다”며 “승소 가능성이 없으면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한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