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 '10조엔' 투자'반도체 어벤저스' 라피더스 키우기 주력'대만판 실리콘밸리' 착수… 3년 19조 지인도도 가세, 반도체 공장 3곳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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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며 자국 내서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주요 국가들의 경쟁이 '전쟁'으로까지 치달으면서 한국에 반도체 왕좌를 물려줬던 일본이 다시 부활에 불씨를 당기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둔 대만도 '대만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최근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선 일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게 밀려 반도체 산업 자체가 명맥만 유지하던 수준이었던 일본이 굳은 결의로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외치고 있다.일본은 과거 1980년대 반도체시장에서 누렸던 짧은 호황을 곧 되찾아올 것처럼 정부의 지원과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 때 미국까지 넘어섰던 일본이 1990년대 들어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 대만 등에 최강자 자리를 넘겨주면서 반도체 산업 부흥은 물 건너가는 듯 했지만 반도체가 국가 전략 물자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매출액을 2020년 대비 3배 많은 15조엔(약 136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거점 확보 ▲설계 기술 개발 ▲양자컴퓨터 등 미래기술 연구를 핵심 과제로 삼고 민관이 10년 간 10조엔(약 88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일본의 반도체 산업 부활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이 바로 '라피더스'다. 라피더스는 지난 2022년 일본 주요 대기업 8곳이 공동으로 설립한 일종의 '반도체 어벤져스' 개념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토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주요 기업들이 출자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과거 일본 반도체 부흥기를 이끌었던 핵심 인물들이 경영을 맡아 주목받았다.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설립 초기 이미 700억엔 규모의 개발비를 지원한데 이어 2600억엔의 추가 지원에 나선다. 일본 내에서 2나노 최첨단 LSI 파운드리 제조 실현을 달성한다는 구상이지만 아직까진 이를 달성할 가능성보다는 우려가 큰게 현실이다.파운드리업계 독보적 1위인 대만 TSMC를 유치하는 것도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TSMC가 파운드리 신공장 건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은 TSMC 제1공장 신설에 필요한 자금 절반 가까이를 지원하는데 이어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제2공장에도 보조금을 제공해 총 11조 원에 가까운 돈 보따리를 외국기업에도 기꺼이 내놓는다. 여기에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 마이크론 일본 공장에도 각각 2조 원과 1조 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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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으로 TSMC를 육성해온 대만도 반도체 전쟁에 빠질 수 없는 국가다. TSMC가 대만을 중심으로 생산공장을 운영해왔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등으로 뻣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만 정부도 TSMC에 더 강력한 당근책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에 놓였다.파운드리를 포함한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대만은 지난 1월 있었던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패권 전쟁으로까지 확전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역량을 총 동원할 분위기가 감지된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이미 후보시절부터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대만판 실리콘밸리' 구성 계획을 공약으로 앞세우며 지지를 받았다.새 총통 취임과 함께 대만은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대만판 실리콘밸리 조성을 위한 부지 구성에만 200억 대만달러(약 8400억 원)를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까지 1000억 대만달러(약 4조 2000억 원) 이상의 공사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중국을 제치고 세계의 제조국으로 도약을 꿈꾸는 인도도 반도체 판에 등장한 다크호스다. 인도도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글로벌 반도체 제조공장들을 유치하는데 진심이다. 인도가 미국, 대만, 한국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허브가 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인도는 최근 3곳의 반도체 생산공장 설립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인도 대표 대기업 '타타그룹' 산하 타타일렉트로닉스가 대만 파운드리사 PSMC와 합작으로 세우는 팹(Fab)과 패키징공장, CG파워라는 인도 기업과 일본 차량용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 등이 합작하는 전력 반도체 생산공장 등이 신설 채비에 나섰다.인도 정부는 자국에 진출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생산시설 신설에 필요한 자금의 50~70%를 지원한다고 내걸었다. 전체 보조금 규모만 100억 달러(약 13조 원)다. 여기에 화답해 미국 마이크론은 인도에 생산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반도체 설계 회사 AMD도 향후 5년 간 인도에 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해 서서히 인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되는 모습이다.하지만 일본과 인도의 경우 아직까진 한국과 대만, 미국 등 반도체 선진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산업이 막대한 자금으로만 승부가 나는 분야가 아니고 경쟁국들이 이미 수십년에 걸친 연구·개발과 인재 육성 등에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부은만큼 진입장벽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나라는 이미 든든한 반도체 기업들과 기술 역량은 갖췄지만 국가 정책적, 자금적 보조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원을 퍼붓는 상황에서 연간 불과 1조 3000억 원의 예산으로 글로벌 핵심 공급망 지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