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물가로 장차관들 연일 업계 만나 물가안정 요청업계 일부에선 말이 좋아 '요청'이지 '압박'으로 보기도정부 지원 늘려 업계 부담 덜며 동참하는 '윈-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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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과 식료품을 중심으로 민생물가가 크게 오르자 관계 부처 장·차관들이 식품·유통업계를 대상으로 '물가 안정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업계로선 정부의 동참 요청 따르지 않으면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니 '압박' '반협박'으로 받아들이는데, 정부로선 여러 지원책을 주며 '하소연'하는 상황이라며 업계의 이런 시선에 불편해하고 있다.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3%대로 올라선 고물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 동시에 식품·유통업계를 찾아 물가 안정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총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멨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과 12일 각각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과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과일·채소 수급 상황과 농산물 도매유통 현황을 점검하면서 물가 안정을 위한 유통기업·도매업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송 장관은 "물가가 안정되기 위해선 정부뿐 아니라 자체 할인 행사, 가격 인하 노력 등 유통기업과 식품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정책이 현장에서 잘 적용되고 있는지 잘 살펴봐달라"고 했다.'요청'이라기엔 발언 수위를 높인 정부-업계 간담회도 눈길을 끌었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농심, 동서식품 등 국내 대표적인 식품기업 19곳과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한 차관은 "주요 곡물과 유지(油脂)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가공식품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업계의 물가 안정 노력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가공식품을 포함해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품목과 관련된 담합 발생 가능성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라고 압박했다.고물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하 시점만 멀어지고 그만큼 경기침체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물가 관리에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현장에서 물가 안정 협조를 구하며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일부 기업들 사이에선 말이 좋아 '협조'지 '반협박'이란 말도 나온다. '담합 조사' 등으로 압박하는데 어떻게 협조로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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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당국은 1500억원에 달하는 재정 투입과 관세 인하 등으로 업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어떻게 '협박'으로 볼 수 있냐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업계의 원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원당과 커피생두, 감자 등 27개 식품 원재료에 대해 지난 1월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지난해 12월 종료 예정이었던 면세농산물 등의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 상향 및 공제율 확대, 커피·코코아에 대한 부가가치세 10% 면제도 연장한 상태다.특히 유통업체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당초 204억원에서 959억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3~4월 대형마트 농산물 할인지원 예산도 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재정 지원을 15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정부 당국자는 "업계의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할당관세 연장 및 확대, 부가세 면제 등의 세제 혜택, 납품단가 및 농산물 할인 예산 투입으로 최대한 지원하면서 물가 안정 동참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함께 협력하는 '윈-윈' 방편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