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건설판 '알테쉬 공포' … 잊을만하면 터지는 차이나쇼크

중국 건설기업들이 최근 자국 부동산침체를 피해 해외진출 고삐를 죄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0여년전부터 국내건설사를 옭매어 온 중국의 해외 저가수주 악몽이 되살아 나면서 '건설판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건설사들의 파상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 등 대형프로젝트에서 중국업체들의 수주 '싹쓸이'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ENR(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기준 세계 3위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는 '네옴' 프로젝트에서 28억8000만달러대 터널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타워기초공사와 터널발파 및 굴착공사 등 다수 시공권도 중국업체에 돌아갔다.

중국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는 2000년이후 연평균 19.4%씩 증가해 지난해 역대최대인 373억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기준 전체 해외건설 시장점유율도 27.5%에 이르고 있다. 

 

중국정부의 전방위 지원사격이 수주확대를 이끌었다. 정부가 '일대일로'를 본격 추진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우디지역 건설부문 누적투자액은 333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경우 한해 기준 가장 많은 47억9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해외진출 확대를 노리고 있는 건설업계는 과거 국내건설사들을 덮쳤던 '차이나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동을 수주텃밭으로 삼고 있는 국내사들에 중국의 해외영토 확장은 적잖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사우디 '네옴'과 원전 등 중동지역 대형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중국정부 지원은 시공단가를 80% 가까이 다운시키거나 아예 무료로 시설을 지어주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국내사들에 벅찬 상대"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기술력을 갖춘 대형건설사라도 중국업체와 각개전투는 승산이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0년대이후 국내사들이 중국측 '저가수주' 전략에 밀려 프로젝트 수주를 놓친 사례가 다수 있다.

2006년 포스코건설(현 포스코이앤씨)은 83억달러 규모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사업 수주를 눈앞에 뒀지만 중국정부와 기업으로부터 30억달러를 받은 현지정부가 계약을 뒤엎은 적 있다.

또 2014년 요르단 아타랏전력회사가 발주한 오일셰일 발전소프로젝트 입찰엔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사업권을 따낸 것은 당시 현지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중국업체 광동전력과 GPEC였다.

같은해 이라크에선 중국 송유관가스국(CPPB)이 '가성비'를 내세워 대우건설을 비롯한 세계 유수건설사들을 제치고 6억6700만달러 규모 '나씨리야 원유저장탱크 프로젝트'를 따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중국이 20년만에 해외시장 25%가량을 손에 쥔 원동력은 정부의 막강한 금융지원"이라며 "여전히 플랜트부문에선 국내기술력이 중국보다 앞서지만 그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사우디와 UAE 등이 추진중인 원전사업에서 중국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진출이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와 기업도 원전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어 중국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중국건설사들이 자국내 부동산시장 침체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전개하면서 아시아 및 중동지역에서의 한중간 수주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건설사 주요 수주국인 사우디와 중국간 밀월관계가 강화되고 있어 정부와 기업의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