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비상경영 돌입…1000억원 '마통' 개설도재정악화·교수진 사직 예고…배곧서울대병원 차질 우려'10억 클럽' 옛말…배곧신도시 최근 3년간 집값 30%↓인근공인 "가격 빠질만큼 빠져"…약세 장기화 가능성
  • ▲ 배곧신도시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 배곧신도시 아파트단지. ⓒ뉴데일리DB
    "요즘 병원들 하루 수십억씩 적자라는데 올해 안에 착공이 되겠어요?"(경기 시흥시 배곧동 주민)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대란' 불똥이 신도시 부동산시장으로 튀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경영난 심화로 배곧서울대병원 등 분원 건립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 까닭이다. 착공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병세권'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변 부동산시장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배곧신도시 등 분원 건립 수혜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은 일평균 수십억원대 적자가 누적되자 1000억원 규모 '마이너스통장(마통)'을 개설하고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비상운영체제에 들어갔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도 지난 15일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적자경영과 인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 병원이 추진중인 배곧서울대병원과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원 건립에 제동이 걸리면 인근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은 주변 인프라 활성화와 집값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구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병원과 가까운 '병세권'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바꿔말하면 가까운 곳에 대형병원이 없는 지역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기 쉽다.

    배곧신도시 주민들이 배곧서울대병원 건립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 비어있는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 비어있는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배곧서울대병원은 800병상 규모로 2027년 개원이 목표다. 지난해 초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낮은 공사비 탓에 유찰된 바 있다.

    결국 발주처인 서울대병원은 총사업비를 571억원을 늘려 5883억원으로 확정했고 지난 1월 실시한 시공사선정 입찰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며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이같은 소식에 배곧 주민들은 연내 착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서울대병원 '마통' 개설 소식이 찬물을 끼얹었다.

    배곧동에 4년째 거주중인 최모씨(43)는 "경영난도 그렇고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곧 일괄 사직서를 낸다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분원 추진이 제대로 되겠나"라며 "주변에 착공 지연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배곧 일대 집값은 최근 2~3년간 배곧서울대병원 지연 건으로 이미 빠질대로 빠져 여기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이 계속 미뤄질 경우 추후 시장회복기가 왔을때 집값이 제대로 탄력받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곧신도시는 2021년 당시 시장호황기에 배곧서울대병원 건립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10억 클럽' 단지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사업이 지연되고 매수세가 꺾이면서 집값도 빠른 속도로 빠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배곧 대장주단지로 꼽히는 배곧동 '시흥배곧 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29일 6억1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같은면적 최고 거래가인 10억원보다 3억9000만원 빠진 액수다.

    '배곧신도시 SK뷰' 84㎡ 거래가도 2021년 6월 9억9500만원까지 올랐지만 지난 2월 7억3000만원으로 2억6500만원 하락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집값이 고점을 찍었던 3년전과 비교하면 30~40%가량 빠졌다고 보면 된다"며 "과거 집값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에 그만큼 하락폭도 컸던 것으로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이 예정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집값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송도동 '롯데캐슬' 110㎡도 2021년 9월 1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이달초 8억1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분은 운영비 쪽으로 분원 건립 경우 미리 예산을 잡아놓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계약이후 사업진행 시점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올하반기 수의계약 체결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의료계 이슈와 관련해 사업지연 등을 통보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