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후 5% 이상↑, '8만전자' 목전 유통·자동차·금융 등 '저PBR' 종목 오름세삼성물산·다올證 등 주주환원책 부결 주가 하락
  • 정기 주주총회을 마친 기업들의 주가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함께 주주들의 '주주환원'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올해 주총 현장에서는 주주제안 안건이 다수 상정된 것이 특징인 만큼 핵심 의제의 결과에 따라 주가 방향이 결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이번 주에 정기 주주총회을 마친 곳은 371개사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02개사, 코스닥시장에서 천보 등 164개사가 주총을 진행했다.

    올해 주총의 화두는 단연 '주주환원'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기업들의 지배구조·주주환원 개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은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주총 이후 기업마다 주가는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주가가 뛴 기업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SDS·포스코홀딩스·현대차·기아 등 대부분 기업들의 주가는 소폭이라도 상승했다. 특히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주총 당일(20일) 5%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1일 열린 주총에서 올해 메모리 시장 회복을 강조하면서 주가 상승 여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음날에도 3.12% 뛴 7만9300원까지 오르며 '8만 전자'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같은 날 주총을 진행한 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사들 역시 주총 이후 1% 안팎으로 오르며 전주 대비 상승 전환했다.

    연초 '저PBR' 종목이 우세했던 만큼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올랐다. GS리테일의 경우 주총 당일인 21일 전날까지만 해도 연일 주가가 빠졌지만 주총 이후 일시적으로 200원 오르면서 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BGF리테일 역시 8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세를 탔지만 주총 이후 일시적으로 0.17%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저 PBR 종목으로 꼽혔던 자동차 종목도 주총 효과를 누렸다. 실적 경신에 더해 최대 배당금을 설정한 현대차는 주총 당일 4% 이상 뛰었으며, 기아 역시 배당금 상향 호재에 주총 이후 2.40% 올랐다.

    다만 모든 기업들의 주가가 오른 건 아니었다. 22일 주총을 진행한 금융지주사들 가운데서는 하나금융지주(0.16%)를 제외하고 대부분 파란불을 켰다. 이 외 BNK금융지주(-0.72%), 우리금융지주(-0.59%), KB금융(-1.58%)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이 커지면서 주주환원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앞서 주총을 개최한 삼성물산은 주주환원 요구 안건이 부결되며 하루 만에 주가가 9.78% 빠졌다. 이날 삼성물산은 보통주 배당액을 한 주당 2550원으로 결정하며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4500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결정됐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실적 악화와 경영권 분쟁이 주총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주가는 2.45% 떨어졌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들 주가의 방향성을 가른 부분은 결국 밸류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실망감과 더블카운팅 해소로 인한 밸류업 기대가 차별화 요인이었다"며 "이러한 직관적인 효과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함께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제안 안건이 실제로 가결되지 않더라도 주주 의견 개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이끈다는 점에 있어서 현재의 추세는 긍정적"이라며 "올해 주총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에 힘을 쓸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한편 주총을 기점으로 희비가 갈렸던 만큼 향후 주총을 앞둔 기업들의 주가도 주목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다음 주에는 무려 1684개 사가이 주총을 앞두고 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등 472개사,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 등 1122개사, 코넥스시장에서 위월드 등 90개사가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슈퍼위크를 앞두고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이 발표됐기 때문에 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요구를 기대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며 "기관, 특히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주총 시즌을 소화해나가며 최근까지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 또한 주총에서 밸류업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향후 정부 정책과 발맞춰 밸류업 정책에 동참할 기업을 이번 주총에서 선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