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초고액자산가 공략 위한 본사 전담 조직 PIB센터 신설리테일 상품 판매 1위 박재영 PIB1센터 부장지점장 승진 1개월 만에 이동…회사 변화의 중심서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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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현 기자
메리츠증권이 초고액자산가 공략을 위해 전담 조직인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를 신설하면서 내부가 분주하다.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해온 회사는 리테일본부와 전통 기업금융(IB)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PIB센터를 출범시켰다.메리츠증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6조원 수준. 10년 전인 2014년 말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 16위(829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위(6조1090억원)로 오르기까지 급성장을 거듭한 게 메리츠증권이다. PIB센터는 급성장을 거듭해온 메리츠증권이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그간 메리츠증권의 리테일은 '계약직 PB'의 성지로 불려왔다. 주식 포트폴리오 투자를 베이스로 하는 실력자 PB들이 주로 포진되면서 차별화된 주식 운용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입소문을 탔다. 난다 긴다 하는 주식쟁이들의 각개전투가 벌어지던 현장이었다.PIB센터는 메리츠증권이 그간과 달리 새롭게 도전하는 리테일 모델이다. PF와 세일즈앤트레이딩에서 쌓아온 역량과 리테일을 접목했다. 남의 상품을 단순히 가져다 파는 것이 아니라 초고액자산가만을 위한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판매한다.일반 법인 영업을 위해 PIB1센터장으로 삼성증권 출신 이진주 상무를 비롯해 3센터장에 하나은행 출신 고재필 상무, 6센터장에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출신 최병춘 상무 등을 영입했다.메리츠증권은 PIB센터를 신설하면서 공격적인 외부 인재 영입 만큼이나 인하우스 수혈에도 고심했다. 이진주 PIB1센터장은 지점 인력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는 PB들을 직접 컨택했다. 그중 하나가 박재영 PIB1센터 부장(사진)이다.회사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커리어 면에서 박재영 부장으로선 과감한 도전이다.유안타증권에서 금융상품전략 업무로 증권맨 인생을 시작한 그는 지난 2014년 광화문금융센터에서 10년간 금융상품 영업을 해왔다.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동료 PB들과 달리 박재영 부장은 금융상품 판매에 주력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왔다.메리츠증권 상품판매 1위, 그렇게 두각을 나타낸 그는 지난 1월 광화문센터 6Sub지점장으로 승진했다. PIB센터로 발령은 지난 2월, 지점장 발령 한 달 만에 직책을 떼고 일반 PB부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동안 금융상품 판매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박 부장은 메리츠증권만의 특별한 금융상품을 영업할 PIB센터에서 새로 일할 적임자로서 평가됐다."이진주 센터장님이 관련 팀에 맞다고 판단하는 직원들에 대한 접촉이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저였고, 올해 지점장이 됐다보니 이런 제안을 하는 회사 역시 망설임이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어떻게 지점장이 된 건데... 그 기회를 뒤로 하고 간다는 게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어렵사리 얻은 타이틀뿐 아니라 그간 꾸준히 발생하던 기존 고객을 통한 매달 수천만원의 보상 역시 내려놔야 했다. 본사 조직인 PIB센터는 조직성과제가 적용돼 그간 받아왔던 높은 수준의 성과급도 '제로(zero)'가 됐다. 개인 조직으로서 자기가 하는 만큼 가져가기에 성과급에 죽고 사는 증권맨으로서는 사실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이 어려운 선택을 하게끔 이끈 건 그의 도전 정신이다. 아직은 '맨땅에 헤딩' 수준이지만 회사가 미래 성장을 위해 방점을 두고 주목하는 조직에서 더 큰 꿈을 키워가고 싶다는 포부로 가득하다.이진주 센터장을 필두로 금융자산 1000억원 이상되는 법인 기업들이 그의 영업 대상이다. 아직은 고객이랄 것 없이 전화하고, 약속을 잡아 찾아가고의 연속이다. 때때로 미팅조차 거절당하지만 막상 만남이 이뤄지면 메리츠증권의 이름으로 제시된 상품은 법인 고객들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딜 소싱을 잘할 수 있는 메리츠증권의 우수 인재와 네트워크는 PIB센터에서 제시할 상품의 강점이라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적정 가치를 산출하고, 위험을 측정해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중요한데,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이를 통해 B2B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예컨대 1000억원 딜 투자 시 회사 돈과 리테일 고객 돈이 일정 규모로 함께 들어가되 고객이 회사보다도 선순위가 되도록 구조화한다. 그간 IB 조직에서 독차지했던 수익을 이제는 리테일 고객들과도 공유한다는 것이다.자신감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상품들은 영업맨인 그에게 훌륭한 무기가 되고 있다. 하루 대여섯 군데 법인을 만나고 오면 녹초가 되지만 다시 신발끈을 동여맨다. 그간 뚜렷한 성과를 내온 베테랑 PB지만 신입사원처럼 설렌다. 박 부장은 그전과 달리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비전이 맞닿아가는 것을 느낀다."처음 몇년은 정말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가 제시한 비전을 생각해보면 설렘이 가득해요. 차별화된, 정말 매력적인 상품을 회사가 제공해주고 저는 그 든든한 상품들을 갖고 미친듯이 영업하는 거죠. 당장 열매를 따먹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고생 끝에 영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버는 돈은 중요하지 않아요. 쉽지 않더라도 쉬우면 재미 있나요? 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은 나중 일이죠. 전투 앞에 선 군인처럼 긴장감도 있어요. 그냥 싹 다 내려놓고 신입 사원 같은 마음이에요. 정말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