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헌재에 중처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중소기업인 305명 청구인, 청구 비용 십시일반위헌 판단 시 법률 개정…법 유예도 지속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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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결국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다수 영세사업자가 예산, 인력부족 등의 한계로 중대재해법 적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헌재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오전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에 기본권의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로, 법률 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할 수 있다.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처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 등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늦춰 올 1월 27일부터 적용됐다.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과잉금지 원칙 위배 ▲평등원칙 위배 ▲자기책임의 원리 위배 등을 놓고 위헌성을 검토한 결과 충분히 헌법에 위배한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중처법의 유예도 유예지만, 과도한 법 적용이 맞는지 헌법소원을 통해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이번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으로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단체 9곳과 중처법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된 전국 각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참여했다. 헌법소원 청구 비용은 이들 개개인이 부담한다.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처법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준수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극도로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토로했다.그러면서 “중처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주의의 원칙에 따른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함”이라고 헌법소원심판 청구이유를 밝혔다.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의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과도한 처벌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징역형의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하는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사고 직접 행위자보다 더 큰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아울러 사업주 의무 규정도 표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어떠한 의무를 이행해야 처벌받지 않는 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중소기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실형 선고가 나온 사례가 드문 등 현실과 법률과의 괴리 또한 위헌의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정 상근부회장은 “불명확하고 복잡한 내용으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이고, 많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본인들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 강조한다고 중대재해를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많은 중소기업인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헌법소원은 청구된 이날부터 30일 이내에 헌재의 각하결정이 없을 때 심판에 회부된다. 중소기업계는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지면 그에 맞게 법률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 중이다. 아울러 헌재의 판단과 별개로 제22대 국회에서도 중처법 유예에 대해 지속 요구할 방침이다.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구인들을 대표해 배조웅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김승기 대한전문건설협회 상임부회장, 성창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경영부회장, 인성철 한국전기공사협회 회원부회장, 김종호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상임부회장, 박노섭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태홍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상근부회장, 배현두 수협중앙회 부대표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