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유증 타임라인 집중 규명이번 주 내 정정신고서 요구 가능성회계심사 감리 전환 여부도 곧 결정영풍 석포제련소 4개월여 중단노조 총파업 예고… 아연 공급망 불안감 확산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방안이 금융당국 조사란 암초를 만난 가운데 영풍은 아연 제련사업장 조업정지 처분으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마저 타격을 받는 경우, 아연 공급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진행 사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실사, 회사채 발행 검토 등과 관련한 타이라인을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자사주 공개매수 취득-소각 계획을 세우면서 이를 유상증자로 상환하는 계획도 세웠다면 부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본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지난달 23일) 이후 단 4영업일 뒤인 30일 유상증자를 공시한 점에 비춰 사전 계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사 진척에 따라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최윤범 회장까지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부정거래 혐의가 확인될 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사안을 수사기관에 빠르게 이첩할 예정이다. 이때 이사회 의장인 최 회장 역시 조사 대상 또는 검찰 통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금감원이 이르면 이번 주 내 고려아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중순 고려아연과 영풍 관련 회계심사에 착수, 회계처리기준 위반 개연성이 높은 다수의 회계처리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정식 감리 전환 여부도 조속한 시일 내 결정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는 연내 진행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반공모로 시행하면서 우리사주조합에 20%의 유증 물량을 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은 3% 가량의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해 지분율에서 MBK 연합에 앞서게 된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이 금융당국의 조사로 중단 위기에 놓인 사이 영풍은 ‘석포제련소 조업 중단’이란 악재를 만났다. 2019년 폐수 무단 유출로 경상북도로부터 받은 영풍의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처분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으로, 총 ‘1개월+30일’간 조업이 정지될 예정이다.

    조업정지 기간은 두 달이지만, 공장 가동 중단을 위한 준비기간과 조업정지 이후 재가동을 준비하는 기간까지 포함하면 4개월가량 정상적인 조업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2021년 영풍이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경상북도로부터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아 가동을 중단한 때에도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에 이어 국내 2위, 전 세계 6위 규모의 대형 아연 제련소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30%, 전 세계 점유율은 약 2%로 추산된다. 현재 캐나다의 제련소 한 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공장이 일시 폐쇄된 상황에서 영풍까지 조업을 멈추게 되면 아연 수급이 더 빡빡해질 수 있다.

    고려아연 역시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면서 비철금속 생산 및 공급 안정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진들은 MBK 연합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회사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으며,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맞서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아연 생산량은 고려아연 64만톤, 호주 자회사인 SMC 21만5000톤, 영풍 40만톤 등으로 이들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은 10%대를 기록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아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 교란은 물론 글로벌 공급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