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밸류업 실망감에 차익실현 지속반면 '고환율 수혜 기대' 외국인 대거 베팅 중환율 급락 가능성 낮아…탄탄한 실적·추가 주주환원책 기대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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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수혜주인 동시에 고환율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최근 약세장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던 현대차가 주춤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급등하던 환율이 다소 내린 가운데 수급적으로는 기관투자자들이 밸류업 종목을 대거 매도한 영향으로 보인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대차는 전일 대비 3.51% 급락한 2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0.21% 상승하며 강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4~16일 8거래일간 코스피 지수가 4.5% 하락하는 동안에도 12% 넘게 상승하며 지수 대비 강세를 보여왔지만 하루 만에 6거래일 전 수준으로 되돌림했다.
현대차가 약세장에서도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던 건 수출주로서 환율 급등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통상 수출 기업인 자동차는 원화 약세의 수혜 업종으로 통한다. 해외 현지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동시에 환차익도 볼 수 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각각 연 2000억 원의 영업이익 수혜 효과가 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연간 실적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은 14조4637억 원으로, 1개월 전(14조3257억 원)보다 0.96% 상향 조정됐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400원을 터치한 지난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2%대 급락하는 와중에도 현대차는 강보합으로 마감하며 선방했다.
코스피가 0.98% 하락한 지난 17일 지수 대비 현대차(-3.51%) 주가가 속절 없이 무너진 건 외환당국의 이례적인 연 이틀 구두개입으로 치솟던 환율이 1380원대로 내린 영향으로 보인다.
수급상으로는 총선 이후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 동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확산한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최근 상승세가 뚜렷했던 현대차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이 컸다.
기관투자자들은 전날 현대차를 351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2월 현대차 주식을 5367억 원어치 사들이며 밸류업 수혜주 열풍에 보조를 맞췄던 기관들은 지난 3월부터는 3692억 원어치 순매도에 나섰다.
기관은 이달 들어서만 현대차(-1280억 원), 삼성물산(-924억 원), 한국전력(-847억 원), 기업은행(-440억 원), 우리금융지주(-345억 원) 등 그간 밸류업 수혜주로 거론됐던 종목들을 팔아치우고 있다.
특히나 시장에선 지난 17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기업 자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발언에 실망감이 퍼졌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차가 밸류업 수혜주로서의 실망감보단 수출·실적주로서의 움직임에 기대를 두는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밸류업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란 경계감이 퍼지기 시작했던 지난 3월부터 이달 17일까지도 꾸준히 현대차(8565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가에선 증시가 조정받더라도 자동차 등 원화 약세 국면에서 실적이 상향되는 업종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중동 리스크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등을 고려할 때 환율의 급락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양호한 미국 경제를 반영한 것이라면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향되고 있는 실적 전망치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은 지속되고 있지만 현대차가 탄탄한 실적을 기반으로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4월)이나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6월)에서 추가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실적 호조에 따라 영업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오는 6월 초에 신규 주주가치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현금이 늘어나며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하며 기업 가치가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