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기대인플레↓ 근거 정부 연말 2%대 관측재정 투입에도 고물가 유지 … 생산자물가도 오름세중동 악재 배제 … "외부요인 따른 악화상황 상정해야"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정부가 여전한 고(高)물가에도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내림세를 근거로 연말 물가안정을 낙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낙관론은 각종 정부 지원으로 최근 물가 체감률이 낮아졌기 때문이고, 중동 악재 등 주요 변수를 배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통계청과 물가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먹거리 물가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2월 기준 농산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20.9% 올랐으나,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전년 동기간(4.7%)보다 2배 가까이 떨어졌다. 근원물가는 총지수 중 날씨나 전쟁 등의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에너지 식료품 지수를 빼고 작성하는 물가 지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먹거리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이상기온과 일조량 부족 등에 따라 과일 등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유가 상승 등 불확실한 요인이 있지만 연말까지 물가는 2% 초반대의 안정적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줄어든 것도 정부의 낙관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전월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1, 2월 3.0%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3.2%까지 오른 뒤 소폭 줄어들었다. 1년 후 물가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나타내는 물가수준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145로 전월보다 1p 낮아졌다.

    다만 이러한 전망은 유류세 인하 연장이나 농산물 할인 등 정부의 세제지원이나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의 고물가 체감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처를 오는 6월30일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1월 시작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처는 이로써 9번째 연장됐다. 3월에는 치솟는 농산품 가격을 잡기 위해 1500억 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체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넘어섰다. 25일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휘발유 가격은 1710.13원으로 약 3달 만에 150원 넘게 올랐다.

    지난달 과일·채소 등 농산물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생산자물가는 4달 연속 올랐다. 전월 대비로 작년 12월(0.1%)과 올해 1월(0.5%), 2월(0.3%) 이어 4개월째 오름세다. 생산자물가는 최소 1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식료품발 고물가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제시한 연말 물가 낙관론은 중동 악재 등으로 인한 유가 폭등을 배제한 것이라 외부 요인에 따라 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하반기에 물가가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당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최근 90달러를 넘어 향후 100달러 돌파 시 물가 목표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에서 기인한 악재는 에너지 측면에서의 비용 상승을 유발한다"며 "이는 곧 전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근원물가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중동 사태가 현 수준에 그친다면 물가 상승률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만약 중동 전쟁이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국제유가 폭등으로 생산물가와 함께 공공요금도 연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이 요구하는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에 따른 13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풀리거나 선거철 묶어둔 공공요금 인상, 식품·유통업계의 도미노 제품 가격 인상 등도 연말 정부의 2%대 물가 안정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들이다. 

    물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불확실한 비관론보다는 낙관하는 게 좋다는 견해도 있지만 자칫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물가 진단으로 정책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대내외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 정부가 철저한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