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배구조 트렌드와 맞지 않아친족범위 줄이고 사외이사 요건 손봐야대기업 옥죄는 규제, 경쟁력 강화 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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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 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기업집단 규제 방식을 핵심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9일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기업집단 정의 방식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있어 전통적인 기업 지배구조에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동일인 제도는 기업집단의 범위와 대기업 규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점이다. 공정위는 동일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들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어 관리·감시한다.

    이 때문에 현행 대규모기업집단 규제는 ESG 공시 도입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강조되는 최근 경향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거 창업주 개인이 순환출자형 또는 피라미드형 기업집단을 운영하며 경영권을 승계했던 폐해를 억제하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실질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경우, 최상위 회사를 중심으로 기업집단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방안 주요 내용ⓒ한국경제인협회
    ▲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방안 주요 내용ⓒ한국경제인협회
    정부는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적 조건을 인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동일인이 자연인이든 법인이든 기업집단 범위가 동일하거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 및 출자, 자금거래 관계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동일인 관련자 중 친족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데다(4촌) 사외이사 지배회사를 기업집단에 포함시키는 요건이 존재하는 등 개선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동일인 관련자 친족 포함의 경우 가족을 포함한 친족 간 유대 정도가 약해지고 있으므로 시대 변화에 맞춰 친족의 범위를 동일인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동일인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동거친족'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사외이사 독립경영 요건의 경우 지나친 실무적 부담으로 동종 또는 유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를 영입하는데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동일인에게 일괄 제출하도록 하는 관행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동일인이 수많은 계열회사의 지정자료의 정합성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핵심기업에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논린다.

    또 절차적 의무 위반에 불과한 지정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 역시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대식 교수는 "우리나라만 대규모기업집단에 특별한 규제가 적용돼 글로벌 경쟁기업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규제 부담에 처하는 실정"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경쟁력 강화에 일정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