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에 거부권 행사해"특정 품목 공급과잉·막대한 재정부담 초래 우려"양곡법 1.4조·농안법 1.2조 막대한 혈세 투입 막아'민주당 강행 처리→재의요구권→재발의' 또 반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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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농업4법이 시장 원리에 위배돼 국내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예산부담도 커진다는 판단에서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거부권 행사 후에도 법안 재발의 몽니를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은 부담이다.한 권한대행이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2004년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한 권한대행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던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고 거부권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이어 농업4법과 관련해선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고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매입 제도'와 '양곡가격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앞서 한 권한대행도 총리시절인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에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하며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지적했던 만큼 예견된 결과다. 이에 따라 양곡법은 윤석열 정부 들어 거부권 행사로 2번 폐기된 법안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농업4법은 다시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도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다시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 경우 한 권한대행은 법률로 공포해야 하나, 총 의석 300석 중 국민의힘이 108석인 점을 감안하면 재표결을 통과하지 못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농업4법 중에서도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 시장격리 의무화 뿐 아니라 쌀값이 평년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까지 추가됐다.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의무 격리 시 내년 약 1조원, 2030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쌀은 연평균 43만t(톤) 초과 생산돼 산지 쌀값은 오히려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농안법은 품목을 지정할 수 없어 재정추계조차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농작물만 400가지가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경제학계는 농안법 시행 시 고추·마늘·양파·무·배추 등 5대 채소로만 추산해도 연간 1조2000억원 이상의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4법 도입 시 정부가 가격을 보장하고 영농 편의성이 높은 특정품목으로 생산이 쏠려 과잉 생산 구조가 고착화돼 가격 하락, 정부 보전, 재정 소요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가격안정제에 투입되는자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감축 대상 보조금으로 연간 1조4900억원 한도 초과시 온전한 지급이 이뤄질지도 미지수고 국제 통상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앞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농업4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뒤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 4법'"이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바 있다. 농민단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도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는데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정부담과 예산 쏠림 현상으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원 확보와 보완 장치 마련이 우선"이라고 밝혔다.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쌀값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값을 떠받치기 위한 막대한 혈세 투입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문제는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업계 안팎에서는 야당이 거듭된 거부권 행사와 각종 부작용 우려에도 농업4법을 다시 밀어붙일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다. 기자회견 등을 통해 농업4법 거부권 심의 중단을 강하게 촉구해왔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이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 지원의 제도적 근거"라며 "양곡관리법 등 농업민생 4법을 즉각 수용하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