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대출, 여전히 성행…부실시 여러 금고에 악재중앙회, 작년 순손실 기록…2014년 공시 이래 첫 적자PF 부실 우려에 직전 9년치보다 많은 충당금 적립 여파여신 규모 급감에 수익성 저하 우려…"예금자 보호 못 할 수도"
  •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60년 만에 첫 직선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뽑는 등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악재들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비리백화점'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까닭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 MG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정상윤 기자
    ▲ MG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정상윤 기자
    새마을금고에선 '양문석式 편법대출'로 알려진 작업대출이나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연루된 '대출사기' 외에 '쪼개기 대출'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상황이 맞물리면서 본업에서도 수익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려가 적지 않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은커녕 예금자 보호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새마을금고는 경기 용인시 성복지구 주택개발사업, 부산 기장군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이 공공연한 '쪼개기 대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특히 성복지구 사업의 경우 A사가 전혀 해당 지역과 관계없는 전북 익산시 원광새마을금고 등 여러 금고에서 459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사업은 인허가가 반려됐고,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용인시청 상대로 수년에 걸쳐 진행했지만, 결국 모두 패소했다. 개발이 불가한 토지를 담보로 대출해주면서 새마을금고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각 지역 금고의 동일인 대출한도는 50억원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의 경우 대형 부동산PF에 참여하기 위해 다른 지점과 공동대출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부실이 발생하자 모두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새마을금고가 동일인 대출한도·권역 내 대출 규정 위반 의혹이 있다"며 "여러 금고가 모여 공동대출할 경우 주관 금고를 사업지 인근 한 곳에 둘 것, 대출금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금고별로 현장실사 실시, 중앙회 심사대상으로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변경된 심사 규정을 모두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용인시에 개발 예정이었던 49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에 전북 전주시, 울산 등 전국 곳곳의 새마을금고 8곳이 360억원의 대출을 내준 사례도 있다. 이 사업 역시 지연되면서 대출금 상환을 못 해 토지가 공매 처분 위기에 처했다.

    기장군 관광단지 사업에도 전국 새마을금고 30개 지점이 1000억원대 쪼개기 대출을 내어줬으나, 이 역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역이 달라 부동산PF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데도 무리하게 쪼개기 대출을 감행해 결국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새마을금고.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연합뉴스
    ◇충당금 적립에 순익 줄고…여신 규모 급감에 수익성 저하 불가피

    문제는 새마을금고가 최근 본업에서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저하된 실적에다 불법으로 자행한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예금자 보호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결산 공시 자료 분석 결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지난해 2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앙회가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4년 관련 공시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PF대출 부실 여파의 결과다.

    이를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4437억원 규모로 쌓으면서 적자를 냈다. 직전 9년(2014~2022년) 전체 충당금 4199억원보다 더 많은 수준이다. 전년 395억원에 비해서는 11배 뛰었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 상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예금 규모는 뱅크런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대출잔액이 크게 줄면서 예대마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수익의 기반이 되는 여신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1분기 기준 새마을금고의 여신잔액은 183조원으로 전년동기 200조원에 비해 1년새 16조원(8.26%) 감소했다. 최근 2년간 여신잔액을 보면 2022년 4월 185조원 이후 최저치다.

    이는 최근 새마을금고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 위기를 거친 후 신규 부동산PF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또한 올 들어 8%대로 치솟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대출에 대한 심사도 과거보다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출자금이 상환되면서 신규대출의 문턱을 높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체 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1분기 수신잔액은 260조원으로, 전년동기 262조원에 비해서는 2조원가량 적은 액수지만, 뱅크런 위기가 있었던 지난해 7월 241조원에 비해서는 18조원 넘게 증가했다.

    때문에 수익성이 추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 역시 수익 대부분을 예대마진을 통해 얻는다.

    게다가 지난해 7월 이후 예금고 확보를 위해 집중적으로 판매한 고금리 예금은 대부분 만기 1년짜리 상품들이다. 대출잔액 감소로 수익이 줄어들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 높은 이자를 얹어 예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지역금고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1996년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되면서 새마을금고도 가입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중앙회가 지역금고 예금자를 50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다른 어떤 기관보다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셈이다.

    지역금고가 파산해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중앙회가 기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6691억원이다. 같은 시점 수신잔액의 1% 수준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