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동산 신용 쏠림 해결 위해 “인센티브 달라” 제시금감원 “국제 기준에 맞지 않아 … 다른 방식 고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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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이 금융당국에 2차전지, AI(인공지능) 등 신산업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를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부동산 신용 쏠림이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 가운데 은행권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같은 인센티브를 먼저 제시한 것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은행에 부동산 대출이 쏠릴 경우 리스크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패널티를 검토하고 있어 업계와 당국 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 3일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부동산 신용집중 개선을 위한 정책 콘퍼런스에서 부동산 신용 쏠림을 막고, 은행 자금을 신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업종별 RWA 기준을 차등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인선 신한은행 기업여신심사본부 본부장은 “부동산에 집중된 은행 신용을 신산업 등 다른 산업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 업종별 RWA를 차등 적용한다면 부동산 쏠림 완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리스크 관리 두 가지 측면에서 당국으로부터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주문을 받은 상태라 위험가중자산(RWA)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RWA 증가는 CET1의 주요 하락 요인이다. 

    현행은 모든 업종별 동일한 RWA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이차전지, AI 등 신산업에 낮게 적용할 경우 은행 자금이 이 분야로 흘러가 자연스럽게 부동산 신용 쏠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도다. 

    은행의 이런 제안에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했다. 은행 대부분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출 방식으로 기업 신용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내부등급법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현행 체제에서 업종별 RWA를 차등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원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부동산 업종은 RWA를 높게 규정하고, 조선‧해운‧이차전지 등은 낮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정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국제기준(바젤3)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다른 방안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요청한 인센티브 대신 은행이 자체적으로 생산적 부분에 대해 자금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페널티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매년 은행을 대상으로 한 리스크관리실태평가 시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평가 등급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한편 은행은 업종별 RWA 차등 적용 외에도 신산업 대출 채권 보증을 강화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조선, 2차전지 등 유망 업종에 대출 보증을 할 경우 은행 자금이 이 업종으로 유인될 수 있고, 추가 자금지원도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제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