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본비율 관리 강화에 우량기업에만 대출 밸류업 걸림돌 된 자영업자, 5개월째 대출 감소불법사금융 내몰릴 우려 … 재기 등 선별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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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대출이 늘어나는 연초임에도 기업대출이 쪼그라들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돈줄이 말라가는 것인데 은행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추진을 위해 비우량 기업 대출을 줄이며 자본비율을 관리한 영향이다.  

    금리 인하기에도 은행 문턱이 되레 높아지면서 은행권에서 대출 퇴짜를 맞은 이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209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936억원 줄었다. 지난 1월 5조1003억원, 2월 1조9802억원 증가했다가 석 달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 대비 각각 4658억원, 4024억원 감소했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말이 아닌데도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이 줄어든 주요 원인은 은행들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강화와 경기침체 영향이다. 

    금융지주들은 밸류업과 리스크 관리 두 가지 측면에서 당국으로부터 CET1을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주문을 받은 상태라 위험가중자산(RWA)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은행 건전성과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CET1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외연 확장 대신 KPI(핵심성과지표)를 손질해 부실대출을 털어내는 등 RWA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확보된 은행 자금은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 등 신성장 업종 위주로 대출 확대를 꿰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내수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은 점도 개인사업자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한 이유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전반적인 금융여건 완화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취약성과 서비스업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 감소 등으로 인해 채무상환능력 저하, 연체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 감축을 위해 우량기업 대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개인사업자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다”면서 “신용도는 낮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소기업들이 대출 장벽을 넘지 못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대출 부실 급등으로 채무불이행자가 증가하고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취약 자영업자를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정책은 개별 자영업자의 상환능력과 의지에 따라 금융지원, 채무조정, 재기 지원 등의 방안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 중인 차주에게는 영업 및 금융 비용 등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연체 및 폐업 차주에게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채무조정을, 재기 희망 자영업자에게는 취업 및 재창업 지원 등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