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개정안, 21대 회기 종료로 폐기중앙회, '독재-종신' 지역금고 구축에 방관…견제 필요 대두"지배구조 개혁 통해 내부 통제 강화해야"…22대 국회서도 요원행안부 "혁신안 제정 통해 신뢰 회복 위한 노력, 철저히 하겠다"
  •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60년 만에 첫 직선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뽑는 등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악재들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비리백화점'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까닭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 ⓒ새마을금고중앙회
    ▲ 새마을금고중앙회 본사. ⓒ새마을금고중앙회
    작업대출, 대출사기, 쪼개기 대출 등 '비리백화점'으로 전락한 새마을금고를 개혁하기 위한 법안들이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줄줄이 폐기됐다. 중앙회 차원의 '셀프 구조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22대 국회에서 원점 재논의가 불가피한 만큼 새마을금고의 개혁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지난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두 개정안은 모두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배구조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은 중앙회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중앙회장 임기를 4년 단임제로 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사 임기도 2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대로라면 △회장 △전무이사 △지도이사 △신용공제대표이사 등 4자 체제로 이뤄진 현 지배구조에 '경영대표이사'직을 만들어 회장-경영대표-신용공제대표 3자 체제로 바꾼다. 경영대표는 전무이사와 지도이사 역할을 흡수하고, 인사 및 예산집행 권한을 위임받게 돼 회장에게 쏠린 막강한 권한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됐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민주적인 조직으로 보인다. 지역 거주자라면 누구나 금고 회원이 될 수 있고, 출자금액과 관련 없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총회를 통해 지역금고 이사장을 선출하고, 이사장들은 중앙회장을 뽑는다.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중앙회장 입장에서는 금고 이사장들이 유권자인 셈이다. 일선 금고와 중앙회간 견제는커녕 '그들만의 세상'에서 '줄 대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다.

    때문에 중앙회장은 이사장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더 공고한 세습을 약속했다. 박차훈 전 중앙회장도 2018년 '비상근 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 등의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사실상 '독재'에 가까운 조직이라는 평이다.

    국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각 지역 유지이자 실세들이 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간 수차례 감독당국 이관 문제, 중앙회 감사 강화 등의 안건이 나와도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이유가 변화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지역금고 이사장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독재 체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구축됐다. 일부 지역 이사장들은 새마을금고법의 허점을 악용해 무제한 연임으로 '종신 권력'까지 행사했다.

    새마을금고법을 보면 이사장의 금고 업무 총괄, 직원 인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 4년에 2연임해 최대 12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중임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임기만료 전 사직 후 재출마하는 식의 꼼수로 임기를 계속 늘려갈 수 있었다. 이사장으로 한 번 선출되면 이런 식의 무제한 연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종신 권력'으로 불렸다.

    이는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본질적인 이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횡령, 배임, 갑질 등 민간금융기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구시대적' 비리 유형이 횡행하고 있다"며 "반세기 전 새마을운동 시절에나 가능했을 것 같은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내부 통제를 기대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를 낳기 마련"이라며 "지금이라도 존립 목적을 다시 고민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선 금고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동안 중앙회는 방관했다. 문제가 터지더라도 무대응 혹은 경징계가 적지 않았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심화했다는 후문이다.

    새마을금고는 중앙회가 지역금고들을 지휘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역금고를 총괄하는 이사장이 직접경영을 하는 체제다. 원칙적으로는 중앙회가 개별 금고에 시정명령, 관계 임원개선, 직무 정지를 내릴 수 있지만 실제 중징계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다. 감사에 착수하더라도 직접 징계가 아닌 권고 수준의 문책 지시에 그치는 수준이다.

    직원들 비리에 대한 징계가 가볍다 보니 자체적인 정화기능은커녕 부정부패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정기감사에서 "새마을금고는 자체검사 결과를 보고할 때 직원 문책사항 항목을 넣어서 관리해달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21대서 폐기된 개정안, 22대 통과도 쉽지 않을 듯

    '곪을 대로 곪은' 지배구조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개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개혁은 한동안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22대 국회를 앞두고 관련 법안을 마련 중이지만, 이를 이끌만한 조직은 부재한 상태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개혁안의 토대를 만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혁신안을 마련하고 해체됐다. 혁신을 주도할 민관 협동 조직이 새마을금고 개혁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개혁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행안부는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곧바로 중앙회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측은 "입법과제를 제외한 새마을금고 혁신안은 대부분 완료했다"며 "지배구조 개선 등 입법과제도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22대 국회가 출범하는 즉시 법안 제정을 통해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