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 체계 확보 기대감전문가 "아프리카와 장기적 우호관계 필요해"
  • ▲ 윤석열 대통령과 아프리카 정상들이 4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 중이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과 아프리카 정상들이 4일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 중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며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5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국과 아프리카 간 처음 열린 다자 정상회의에서 정부는 아프리카에 대한 100억달러 이상의 원조지원과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경제협력을 체결했다. 

    아프리카 55개국 중 쿠데타 등으로 제재를 받는 나라를 제외한 48개국이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국가원수가 직접 참석하는 나라가 25개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5개국 원수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는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상설 협의체를 발족한 것이다.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공급망 다변화란 탈출구를 꾀하게 됐다.

    협의체는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의 첨단기술과 경험에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이 결합되는 전략적 협력 체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는 인구 14억명, 국내총생산(GDP) 3조4000억달러(약 3699조원)에 달하며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코발트의 52% 등 세계 광물 자원의 3분의1이 사하라 이남에 묻혀 있는 자원의 보고다. 

    아프리카에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한국의 산업화 모델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도입하고 싶어 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도 발전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길 원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한-아프리카 다자회의'에 대해 "세계 강대국이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번 다자회의를 통해 아프리카와 우호 관계를 맺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배터리·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의존도가 중국에 치중돼 있는 고질적인 공급망 문제가 있었다. 일례로 2021년 중국은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요소, 리튬 등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낸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10월) 반도체 주요 원자재인 실리콘웨이퍼, 네온, 제논, 크립톤 등의 대(對)중국 수입 비중은 최대 80%였다. 전기차 전기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도 85.8%에 달했다. 이차전지 제조용 인조흑연,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 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은 90% 이상이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했는데 이번 다자회의를 통한 아프리카와의 우호적 관계가 이를 타개할 방안"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 기업의 진출을 위한 경제 원조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약13조7410억원)으로 확대하고,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140억달러(약 19조2416억원) 규모의 수출 금융을 지원한다.

    한국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입을 위한 경제동반협정(EPA),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도 체결했다. 또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장관회의(KOAFEC)와 농업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농업장관회의 등 고위급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2026년 한-아프리카 외교 장관회의를 개최해 차기 정상회의를 논의했다.

    이정환 교수는 "ODA를 통해 아프리카와 긍정적인 관계를 갖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다변화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의가 유엔 안보리 내 외교 협상력을 갖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은 우리나라고, 유엔 회원국 4분의 1을 차지하는 아프리카가 비상임이사국인 만큼 양국의 협력이 필수다. 

    이준한 교수는 "한-아프리카의 파트너십은 유엔 안보리 협력까지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안보리 내 표결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양국의 협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