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진료 한번에 하는 '세트진료' 한의원 多한방병원 경상 환자 치료비, 4년간 60% 증가"불필요한 진료,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
  • ▲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 모습. ⓒ뉴시스
    ▲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 모습. ⓒ뉴시스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가벼운 접촉사고 임에도 목덜미를 부여잡고 차량에서 내리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이같은 장면은 우리나라의 '과잉진료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가 배상 책임이 있는 가해자 측으로부터 더 많은 돈과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자신의 피해를 과장하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내 한방진료비가 지난 2018년 7139억원에서 2022년 1조4636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양방병원의 진료비는 1조2623억원에서 1조506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방병원을 찾는 교통사고 환자가 급증한 데는 한방병원의 교통사고 진료비가 양방병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교통사고 등으로 한방병원을 찾으면, 경상 환자들도 부항·추나·첩약 등 여러 진료를 한꺼번에 하는 '세트진료'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국내 보험사 3곳의 경상 환자(상해 12~14등급)는 97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상 환자 치료비는 총 8633억원으로 2019년(6639억6000만원) 대비 30% 상승했다.

    특히 한방병원의 치료비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방병원 경상 환자 진료비는 6891억원으로 2019년보다 60% 증가했다.

    자동차보험 한방병원 진료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한방병원 상급병원은 호황을 맞은 상태다. 의료체계 붕괴로 꼭 필요한 병원과 병상은 사라지고 있는데 교통사고를 빌미로 드러눕는 용도의 병상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교통사고 경상환자 한방 진료비, 양방병원보다 2배 이상↑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한방병원 진료비가 양방병원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 1위는 '목 부위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S13)'이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에 따르면 S13 상병 환자들은 한방병원보다 양방병원을 더 많이 찾는다. 지난 2021년 입원한 S13 상병 환자 수는 양방병원 22만3712명, 한방병원 18만9233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한방병원이 2168억원, 양방병원 902억원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S13 상병 환자들이 지불한 진료비의 70%가 한방병원에 들어 간 셈이다.

    입원일수도 양방병원 75만9028일보다 한방병원이 128만7008일로 1.7배 더 길었으며, 건당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양방병원 38만313원, 한방병원 103만4927원으로 한방병원이 2.7배 더 많았다.

    ◇'호화시설' 강조하는 한방병원 … 과잉진료 누적되면 보험료 상승

    교통사고 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한다고 광고하는 한방병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일부 한방병원은 '호텔급 시설' '고급스러운 1인실' '무료 OTT(Over The Top) 서비스' 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며 교통사고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치솟는 한방병원 인기와 함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악화되고 있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의 올해 1~2월 평균 손해율은 80.8%로 지난해 같은 기간(78.5%)보다 2.3%p 상승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손해를 보지 않는 손익분기점 손해율을 80% 선으로 보고 있다.

    한방병원 과잉진료로 보험금 누수가 확대될 경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져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이 과잉진료를 받는 일부 환자 때문에 자동차보험료를 더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진료비 증가세 지속은 불필요한 진료로 인한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취지를 살리고 자동차보험 계약자들의 불합리한 자동차보험료 인상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방진료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