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결권 없는 대리급 직원 범행…내부통제 큰 구멍 노출"시스템 상 쉽지않아…영업점 분위기서 틈을 봤을 것""투자 손실 없었다면 안 걸렸을 수도”
  • ▲ ⓒ우리은행 제공.
    ▲ ⓒ우리은행 제공.
    100억원대 횡령 사고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2년전 차장급 직원에 의한 700억원 횡령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대리급 직원의 범행이었다는 점에서 더 큰 내부통제의 구멍이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점장이나 영업점 감사팀 등이 단계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 김해에 있는 우리은행 대리급 직원이 100억 원대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혐의를 받는 직원은 기업 대출 담당으로 최근까지 대출 신청서 등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에서는 전결권이 없는 대리급의 범행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업 대출 결재 권한은 지점장이 가지고 있고 지점 상황에 따라서도 차장이나 과장 등에게 권한을 일부 위임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리급에게 권한이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다 전산 결재이기 때문에 종이처럼 혼자 사인해 버릴 수도 없고 시스템 상으로도 쉽지 않다”면서 “대리가 하는 말을 믿고 의심 없이 결재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꼼꼼하게 따지고 체크하는 분위기라면 그런 마음을 먹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나름대로 영업점 분위기를 파악해 틈을 보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재만 해도 영업점 교차검사를 하고, 감사들이 CCTV로 돈 확인하는 걸 확인하게 돼 있지만 지점에 따라 분위기나 강도가 다른 게 사실”이라고 귀끔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횡령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 초 여신감리부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대출의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 추가횡령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원들은 지점 내 기강이 느슨한 상황이라면 이번 횡령 사건이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은행원은 “현금을 자기 통장으로 넣기 위해서는 세탁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일반적인 시간 패턴으로 돈을 옮겨 감시망을 피하다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급해지니까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으로 하다가 전산에서 의심거래로 걸리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 직원은 경찰에서 '암호화폐(가상자산)에 투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6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혐의자가 횡령한 돈을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으며 약 40억원 정도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