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증설 효과 8% → 53%기술보다 자본 싸움으로보조금 30%, 원가 10% 절감… 법인세 환류 효과도美·EU 천문학적 보조금… 반도체 주도권 뺏길라
  • ▲ '반도체대전2023(SEDEX)'에 웨이퍼 제조 설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뉴시스
    ▲ '반도체대전2023(SEDEX)'에 웨이퍼 제조 설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뉴시스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발전 보다 설비증설이 더 시급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주요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D램 반도체 공급증가 요인에서 '설비증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2020년 8%에서 2020~2022년 53%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기술발전' 요인의 비중은 92%에서 47%로 크게 줄었다. 

    이번 보고서는 대한상의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함께 한국신용평가 자료 등을 분석한 정책과제다.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 증가요인에서 설비증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서 42%로 크게 증가한 반면, 기술발전의 기여도는 97%에서 58%로 크게 줄었다.

    보고서는 "선단공정의 미세화 난이도 상승과 물리적 한계 근접에 따라 기술발전보다는 설비증설을 통한 공급능력 확대가 반도체 생산역량 확보에 더 주요한 요인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결국 라인 증설을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과 자금 확보 여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주요국들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 붓는 이유나 국내에서 보조금 필요성 얘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며 "반도체 보조금 지급이 원가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보조금 지급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추정ⓒ대한상공회의소
    ▲ 보조금 지급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 추정ⓒ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설비투자 보조금 30%가 지급될 경우 장치산업 특성상 영업비용 대비 약 40% 중반을 차지하는 감가상각비 감소로, 반도체 생산에 최대 10%의 원가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 파운드리를 예로 들면, 웨이퍼 1장 생산에 드는 영업비용이 1만1459달러인데, 보조금(30%) 수령 시 장부상 자산가치가 이에 비례해 하락하고 이는 곧 감가상각비 감소로 이어진다. 즉 영업비용 중 46%를 차지하는 감가상각비는 보조금 지급 전 5271달러였는데, 보조금 지급 후에는 1581달러(5271달러×30%) 감소한 3690달러가 된다.

    또 기업은 감가상각비 감소분(1581달러)만큼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돼 417달러(1581달러×법인세율 26.4%)의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된다. 보조금 지급에 따라 기업입장에서는 영업비용이 절감되고, 정부입장에서는 법인세로 일부 환류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 390억 달러(53조원), EU 430억유로(64조원), 일본 2조엔(17조원) 등 생산시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가운데 한국, 대만은 보조금이 없는 실정이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경쟁국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원가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며 "시장잠식은 물론, 기업의 수익성 개선효과로 설비‧R&D투자 역량이 추가 확보돼 반도체산업의 미래주도권이 위협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