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배임죄, 개혁 대상" 작심발언政 '이사 충실 의무' 개정 추진 반발 재계에 '당근' 제시민주당 부정적 기류에 폐지 실현 가능성 '글쎄'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배임죄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법 개정으로 배임죄 처벌이 확대될 수 있단 재계의 우려가 커지자 배임죄 폐지까지 함께 묶어서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취지다. 다만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완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재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를 주장했다. 

    이 원장은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배임죄는 현행 유지보다는 폐지가 낫다"면서 "회사법 영역에서는 소액주주 보호가 미흡하고 형사법 영역에서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과도한 형사 처벌을 해 양쪽 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 두 개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생각하고 패키지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이 전격적으로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든 건 정부의 상법 개정 추진에 반대하는 재계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올초부터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밝히면서 투자자 가치 제고 및 보호의 일환으로 상법상 '이사 충실 의무' 조항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자본시장 참여자와 학계, 소액 주주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를 위해 반드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 및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다. 상법 개정안을 현실화할 경우 경영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사 충실의무 범위가 확대될 경우 각종 소송이 남발할 수 있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자연스레 기업 경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 이 원장의 배임죄 폐지 발언은 상법 개정 추진 관련 재계의 반발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인 셈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배임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시도됐지만 '재벌 편들어주기'란 비판에 부딪치고 있어서다.

    배임죄 폐지에 대해 다수당인 민주당의 기류는 부정적이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임죄는 법원의 판단 기준·판결 등이 일관되지 못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배임죄를 완화하는 식으로 바꾸는 건 몰라도 폐지는 너무 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홍배 의원도 "미국 등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굉장히 크게 지우는데 한국은 그게 잘 안 돼서 배임죄 적용 폭이 넓은 것"이라며 "배임죄 책임을 안 묻겠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배임죄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배임죄 관련 구속 요건에 사적목적 추구 등을 명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며 "회사법 영역에서 명확하게 형사처벌 배제 여부 등 예측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대안으로 형법상 배임죄를 건드리는 게 쉽지 않다면 (상법 개정 시)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상법에서 규정된 '특별배임죄'만이라도 폐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