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최근 증권사 랩·신탁 시장 돌려막기 제재안 승인 보류당초 중징계 예고했으나 결론 연기…수위 조절 가능성 전망도랩‧신탁 시장 사실상 지난해부터 휴업…조속한 결과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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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증권가 이슈였던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돌려막기 제재 절차가 다소 늦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휴업 상태인 랩·신탁 시장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금융감독원의 빠른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증권사에 사전 통지된 제재안의 승인이 보류됐다. 가장 빠른 제재심 일자였던 이달 13일에도 증권사 랩·신탁과 관련한 안건이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당초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의 책임을 묻는 제재심을 이달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사태란 증권사들이 랩‧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서로 짜고 불법으로 자전거래를 하는 오랜 업계 관행을 말한다.

    그간 증권사들은 고객 동의 없이 한 고객의 서로 다른 계좌 간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간 손실을 전가하는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채권 금리가 급등한 시기, 만기가 도래한 계좌가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만기가 상대적으로 더 남은 계좌를 보유한 다른 증권사가 시세보다 비싸게 사 고객들의 수익률을 위법하게 보전해주고, 그 손실을 만기가 좀 더 늦은 계좌로 돌리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KB증권과 하나증권을 포함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 9개 회사를 대상으로 랩·신탁 운용 실태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어 7월 검사 진행 상황을 공개했으며, 같은 해 12월 검사 결과를 발표함과 동시에 해당 증권사들에 대한 무더기 철퇴를 예고했다.

    약 8개월간의 검사 결과, 검사 대상 증권사에서 크고 작은 비위 행위가 발견됐다. 특정 증권사의 경우 총 6000회가량의 연계·교체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와 감독자·행위자 직무정지, 감봉 등 기관 중징계안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달 있었던 1차 제재심에서 우선으로 검사를 시행한 KB증권과 하나증권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 원안에 대한 승인을 잠정 보류했고, 다음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2차 회의 일자가 결정된 후 추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이 조속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가 논의를 택하게 되면서 증권사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업계에선 KB증권과 하나증권의 제재심 결과만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KB증권과 하나증권의 징계 수준을 다른 증권사에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형 랩‧신탁 상품의 경우 사실상 지난해부터 시장이 매우 위축된 상태"라며 "랩‧신탁에 대한 제재 결과가 발표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고객에 대한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 증권사들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금전신탁 잔액은 지난해부터 크게 줄어들고 있다"라며 "제재 수위 관련 최종 발표가 나와야 관련 시장의 회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 제재심에서 결과가 확정되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 제재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 최종적으로 징계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