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누적수주액 136억3693만달러…전체 73% '중동'내전·정권전복 등 정치이슈 반복…네옴시티도 자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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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동지역 수주액이 전년동기대비 약 60% 증가하는 등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특수'를 맞이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중동지역 특성상 지정학적 위기와 미수금 리스크가 큰 만큼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내건설사 해외수주액은 136억3693만달러(18조8462억원)로 전년동기(86억7432만달러)대비 57.2%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중동지역이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했다.중동지역 수주액은 99억8079만달러(13조7934억원)로 전체 해외수주액 73%에 해당한다. 전년동기(14억9974만달러)와 비교해 약 6배가량 증가한 셈이다.실제로 올해 중동에선 크고 작은 수주낭보가 잇따랐다.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지난 4월 삼성E&A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파딜리 가스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총 공사비만 72억달러(9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반면 지난해 높은 수주고를 기록했던 북미‧아시아지역 수주액은 줄었다. 같은기간 아시아지역 수주액은 14억9486만달러(2조659억원)로 전년동기(34억2633만달러)와 비교해 56.3% 감소했다. 특히 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싱가포르 등에서 수주액이 급감했다.상황은 북미지역도 비슷하다. 북미지역 수주액은 15억2673만달러(2조1099억원)이다. 전년동기(22억9530만달러)와 비교하면 33.4% 줄어들었다.중동지역 수주가 해외수주액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중동특수를 마냥 반길 수만도 없다. 중동지역은 국내건설사 수주텃밭이라고 불릴만큼 익숙한 곳이지만 리스크 역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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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국가들은 이슬람문화를 공유하면서도 나라‧지역마다 종파가 나뉘어 오랜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내전과 정권전복 등 정치적 이슈가 잇따르면서 국내건설사 발목을 잡았다.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한화 건설부문은 내전으로 인해 10년간 발이 묶였다. 이 프로젝트는 이라크 바그다드 동남쪽에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주택 10만가구와 사회기반시설 등을 지어 분당급 신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14조5000억원에 달했다.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동안 4차례 정권이 바뀌었고 그 기간 동안 공사비도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10월 사업철수를 결정했다.이후 지난해 12월 이라크 정부로부터 총 공사미수금 6억2900만달러중 2억3000만달러를 지급받고 올 2월부터 부분적인 공사재개에 들어갔다. 이처럼 중동지역사업은 공사미수금 문제를 안고있다.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역시 최근 자금문제로 사업축소설이 불거졌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는 스마트도시다.사우디 북서부 약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규모 도시를 건설하는 초대형사업으로 △170㎞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위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비상등이 켜진 건 삼성물산‧현대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더 라인이다.더 라인은 공식사업비만 5000억달러(682조원), 전체 사업비는 1조달러(13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사업을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E)가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사업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사우디 정부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2일 아람코 주식 17조원 상당을 매각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발(發) 사업들은 예측이 불가능한 변수들이 많다. 발주처 자금문제로 공사대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몇년동안 못 받기도 하고 내전과 같은 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이어 "때문에 중동지역 수주파이가 절대적으로 커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건설사 한두 곳이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