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로피홀딩스, DB하이텍 지분 7.05% 확보KCGI “우수한 시장지위에도 기업가치 저평가”호실적에도 최대주주 지분 낮은 취약점 노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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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 펀드)가 DB하이텍 지분 매집에 나서면서 DB그룹이 ‘제2의 한진칼’이 되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한진칼 주식 취득에 나섰지만 지난해 약 2배의 투자금을 회수한 뒤 발을 뺀 바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KCGI한국지배구조개선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KCGI는 DB하이텍이 주식시장에서 극도로 저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KCGI 측은 “DB하이텍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 특화된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년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점유하고 있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5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물적분할과 관련해 일반주주들과 충분한 협의와 설득의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KCGI는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진취적인 의지에 대해 환영하지만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으로 소액주주들과 상당한 갈등과 반목이 있었으며 분할에 대한 의도와 이중상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평가했다. 

    KCGI는 대주주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DB하이텍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일반주주들이 임명한 독립적인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권한과 책임에 따른 합리적인 임원 보수 산정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집중투표제 도입 등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요구한 상황이다. 

    KCGI는 “(물적분할 논란이) 지주회사 제한 요건을 피해가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라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정당한 방법으로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확대해 지주회사 전환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KCGI가 DB하이텍을 겨냥한 것은 연이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은 1997년 출범이래 17년간 적자를 거듭해왔지만 꾸준한 지원에 힘입어 2014년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특히 코로나19 기간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매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6753억원, 영업이익 76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9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무려 46%를 기록,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TSMC의 영업이익률 52%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특수관계인까지 모두 합쳐도 최대주주 관련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17.85%에 불과하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가 지분 12.4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어 김준기 창업회장 지분율 3.61%, DB생명보험 0.78%, DB김준기문화재단 0.62%,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 0.39% 등 순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다. KCGI는 이번 매집을 통해 DB하이텍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재계에서는 KCGI의 행보에 따라 DB그룹에서 한진칼을 잇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CGI도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공식화하면서 양측간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KCGI가 약 8% 수준으로 추산되는 소액주주연대와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15%를 넘기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KCGI는 앞서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등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 후 발을 뺀 전례가 있다”면서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은 장기적으로는 결국 DB하이텍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