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중기대출 잔액, 2분기 중 13조↑중기대출 증가폭 1분기 대비 46% 확대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 초과… 기업금융 '올인' "경쟁적으로 늘린 기업대출, 건전성 부메랑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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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지난 2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 규모가 1분기보다 46%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건전성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부실 우려가 적은 대기업대출에 집중해왔지만 뺏고 뺏기는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소기업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연말 4대 시중은행장들이 나란히 연임 평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 영업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 확대에는 건전성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대손비용 증가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 

    ◇ “편식할 때 아냐”… 기업금융 전선, 중기까지 확대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536조1886억원으로 1분기말(523조2079억원)과 비교해 12조9807억원 증가했다. 

    2분기 중 늘어난 중기대출 규모는 2분기에 약 4조1000억원을 기록해 1분기(8조8825억원)에 비해 46.13% 증가했다. 증가율로 보면 2분기 2.48%로 1분기(1.72%) 대비 0.76%포인트 높아졌다.

    잔액 증가율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으로 대기업대출(17.94%)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중기대출 증가 규모가 더 컸다.

    상반기 중 4대 시중은행에 불어난 중기대출 잔액은 21조8632억원으로 대기업(20조9081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더 많았다. 

    은행들이 중기대출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영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영업전선이 기업금융으로 좁혀진 가운데 대기업대출만 고집해서는 경쟁에 뒤쳐질 거란 우려가 은행권에 확산했다.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573조6675억원으로 지난해 말(560조8542억원)대비 2.28% 증가했다. 은행들이 연초 금융당국에 보고한 올해 증가율 관리 목표 2%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특히 은행에 따라서는 증가율이 3%를 넘어서 연말까지 어떻게 규모를 줄여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연말을 기점으로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4대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3분기에 기업금융 드라이브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도입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르면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9월까지 남은 3개월은 이들이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 과당 경쟁에 수익성 하락… 건전성 우려↑

    문제는 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며 중기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수익성 하락과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4대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내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49%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3개월(2023년 12월~2024년 2월) 평균금리 5.82%보다 33bp(1bp=0.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은행들이 실적경쟁을 위해 본점·영업점장의 전결 가감조정금리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체율 수준을 보면 중기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더 큰 건전성 우려를 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0.66%로 전월 말(0.58%)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가계대출은 전월 말(0.37%)보다 0.03%포인트 오른 0.40%로 중기대출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등이 지속되면서 경기민감업종 개인사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에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는 지금 당장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큰 이익을 벌고 있지만 금리상승기 확대됐던 기업대출이 도리어 부실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과거 금리국면을 살펴본 결과 금리상승기 기업대출 증가폭이 클수록 상승기 이후 수익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출금리 하락 외에도 대출부실 등으로 인한 대손비용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대출 부실이 시차를 두고 확대될 수 있으며 향후 대손비용 상승 등 은행의 수익성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 미래 부실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기간별 수익구조를 평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