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스-코스트코-맥스 등 주요 창고형 매장서 사라진 분유출산율 0.7%대… 수요 감소하면서 창고형 매장에서 일제 퇴출대형마트에서도 매대 축소 중… 분유업계 온라인 시장으로
  • ▲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마트
    ▲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마트
    지난해 말 첫 아이를 출산한 A씨는 최근 창고형 대형마트 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이하 트레이더스)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분유 코너는 고사하고 마트에서 아예 분유를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분유를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분유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0.7%까지 추락하면서 빠르게 감소하는 수요로 인해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잇따라 퇴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분유를 취급하는 대형마트에서도 매대는 축소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분유를 위한 매대를 운영하는 곳은 전무하다. 트레이더스 뿐 아니라 코스트코홀세일, 롯데마트 맥스에서도 분유를 모두 퇴출시켰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분유 전문 코너를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트레이더스는 2022년 상반기, 코스트코홀세일은 지난해 분유를 매대에 퇴출시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점점 분유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매대를 운영하는 것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분유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창고형 매장의 특성도 주효했다. 박리다매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 창고형 매장 특성상 소량으로 꾸준히 소비하는 분유가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 이유는 분유의 수요 감소다. 우리나라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0.8명선 마저 붕괴되면서 출생아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0만명을 웃돌던 연간 출생아 수는 이듬해 4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에 이어 2022년 25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에 따른 분유의 수요 감소는 필연적인 결과다. 마켓링크에 따르면 국내 분유시장은 2019년 994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455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이에 따른 분유시장의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5월 ‘임페리얼XO 액상분유’의 생산을 중단했고 LG생활건강은 지난 2022년 분유 등 영유아 사업을 아예 중단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도 ‘앱솔루트 본’ 등 일부 저가 분유를 단종시켰다.

    현재까지 분유를 취급하고 있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도 분유 판매의 위축은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주요 매대를 차지하고 있던 영유아 용품은 변방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그나마 있는 매대 마저도 빠르게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분유 코너보다 펫푸드 코너에 더 많은 공간을 내어줬을 정도. 대형마트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펫푸드 매출이 분유 매출을 추월하기도 했다.

    찬밥 신세가 된 분유 제조사들은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는 중이다. 분유업계에 따르면 분유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 비중이 오프라인을 앞지른 지 오래다. 지난 2014년 기준 전체에서 46%에 불과했던 온라인 분유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85%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분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분유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대형마트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며 “특히 쿠팡에서 분유를 판매한 이후 온라인 비중이 빠르게 성장해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