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률 0.5% 차이에도 막무가내"무기한 출근금지" "HBM 세우면 피드백 올 것"속내는 8월 끝나는 대표교섭지위 불안노조 위력 과시 외 명분 없어… 여론 싸늘
  •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무기한 총파업 선언에 반등을 기대했던 반도체 업계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핵심 수익사업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타깃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성능 추격 중인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저하시킬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삼노는 11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라인을 찾아 총파업 동참을 독려하는 집회를 연다. 구형 반도체로 분류되는 8인치 라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난으로 몸값이 오른 공정이다.

    노조는 이를 시작으로 평택캠퍼스 HBM 생산공정까지 차질을 확산시켜 사측을 압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HBM 장비를 세우면 사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이고 승리를 당길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생산 차질이 없다는 사측 발표를 부인하며 문제점이 발생한 라인을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전삼노 홈페이지에는 '노동조합의 파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생산차질, 품질사고, Lot hold(공정중단) 등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제보 부탁드린다'는 글이 게시돼 있다.
  • ▲ 전국삼성전자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안내문ⓒ전국삼성전자노조 홈페이지
    ▲ 전국삼성전자노조의 무기한 총파업 안내문ⓒ전국삼성전자노조 홈페이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이 경쟁사에 뒤쳐지면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최근 반도체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는 등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HBM을 타깃으로 내세운 노조의 총파업은 반도체 고객사의 신뢰를 낮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납품 일정과 수율 두 가지가 생명"이라며 "일정에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고객사를 떨어져 나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협상안 핵심은 임금인상률 5.6%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올해 임금인상률 5.1%와 불과 0.5%p 차이다. 이 외에도 연말 성과급 기준을 상향하고, 파업에 따른 타결금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전삼노가 지난해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오는 8월로 종료되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종료되는 교섭노조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사측에 대한 위력과시 형태의 파업을 시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사측에서 대책을 가져온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최대 규모로 이날 오전 기준 3만2148명이 가입했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12만5000여명)의 25.7% 수준이다. 최근 1주간 3646명이 가입하는 등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