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TV토론후 지지율↑…업계 "득보다 실 클듯"중동정세 악화 우려…2019년 수준 수주감소 전망도자국우선주의 여파 반도체공장 공사 등 타격 가능성
  • ▲ 지난달 27일 TV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우측)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27일 TV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우측)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을 주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트럼프 리스크'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미국 대선 TV토론후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 우위를 점치는 여론이 급격하게 늘어난 까닭이다. 시장에선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할 경우 자국우선주의 강화, 강경 대외정책 여파로 해외수주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결과는 해외건설 수주에 상당한 파급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대선까지 4개월 남은 시점이지만 건설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시 해외수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동정세 악화다.

    이미 트럼프 전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지지층은 바이든정부의 나약한 중동정책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초래했다며 중동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전대통령 재집권으로 현지 긴장도가 높아질 경우 건설업계에 직·간접적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는 국내건설사들의 중동시장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올상반기 국내건설사 중동수주액은 100억달러로 전년동기 66억달러대비 51.5% 급증했다. 같은기간 전체 수주액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율도 38.2%에서 64.3%로 1.7배나 뛰었다.

    이런 상황에 현지정세가 불안정해져 중동국가 신규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이 현실화할 경우 건설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중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정성이 큰 예측불허 시장"이라며 "여기에 미국까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과거 이라크처럼 현지정세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선결과가 중동 건설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나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전경. ⓒGS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공단 전경. ⓒGS건설
    일각에선 2019년 중동수주 급감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정부 1기 3년차였던 2019년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47억달러로 2004년 35억달러이후 15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이란에 대한 2차례 경제제재 등으로 해외수주 길이 좁아지고 중동국가 신규발주까지 줄면서 수주액이 급감한 것이다.

    그 여파로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이 수주했던 '이스파한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계약해지되는 등 건설사들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국제유가 하락전망에 따른 보수적 정부 재정지출과 이스라엘발 정세 불안, 미국 대선 등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측의 자국우선주의 기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재 바이든정부는 자국내에 반도체공장 등을 짓는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4월엔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대한 64억달러 규모 보조금 지원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시 이같은 외국기업 지원이 대폭 축소되고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기업 '밀어주기'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현지공장 신설·증설 프로젝트가 위축되면 해당공사를 수행하는 삼성물산 등의 수주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미국우선주의 기조는 비슷하지만 외국기업에 훨씬 더 배타적인 트럼프쪽이 껄끄러운게 사실"이라며 "그외 트럼프 측 공약에 포함된 보호관세나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전통에너지 생산증대 등 정책강령도 국내 건설업계엔 장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TV토론을 기점으로 트럼프와 바이든간 지지율 격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고령·인지력저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때에도 말을 더듬는 등 연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 중도층여론이 트럼프측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난 8일 USA투데이·서퍽대가 등록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38%, 트럼프 전 대통령은 41%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5월엔 37%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한달만에 지지율 격차가 3%p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