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과 4학년 3015명 중 95.52%, '시험 거부' 의사2020년 국시 거부 재현되나 … 추가 국시 검토 중
  • ▲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대부분 의대생들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집단 유급을 막는 구제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할 경우 신규 의사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 의사 국시를 치러야 하는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이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11일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지난 달 의사 국시 시행 계획을 공고했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시험과 이듬해 1월 필기시험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의대협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과 4학년들과 다른 의대생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도록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고 수업일수 단축까지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구제책을 내놨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원하는 바는 이미 의대협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전달했다"며 "앞으로 일어날 사태는 모두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고,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협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수련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등 8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의대생 집단유급을 막고 본과 4학년이 졸업하면 내년에도 의사가 3000여명 배출될 수 있다. 하지만 국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정부의 유화책에도 의사 배출이 끊긴다. 의대를 졸업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을 받은 뒤 전문의가 되는 의사 양성체계에 내년에도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의대생들은 2020년에도 국시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도 의대 증원을 추진하려고 시도했으나, 의대생의 거센 반발과 코로나19 상황에 맞물려 전면 백지화했다.

    이후 문 정부는 의대생을 구제하기 위해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2021년 국시 실기시험은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실시됐고, 재응시 기회를 얻은 의대생들은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했다.

    2020년 때처럼 '면죄부' 논란이 불가피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도 의사 국시를 추가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번 검토는 의대생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하면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정부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복귀 후 남은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의료계에 진출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대규모 국시 거부가 현실화할 경우 신규 의사인력 수급 차질은 물론, 의료시스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의대 졸업→의사 면허 취득→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수련→전문의 자격 취득' 등 일련의 의사 양성체계에 '공백'이 생기면 쉽게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에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막내 전공의'인 인턴이 들어올 수 없게 된다.

    인턴이 들어오지 않으므로 레지던트는 물론, 이후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긴다. 군대와 농어촌 지역 의료를 책임지는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신규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마저 현실화할 경우 의료 공급 차질과 환자들의 고통 등 의료공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