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구토봉지를 만나보세요"… 멀미약, 구토봉지에 작별인사를 고하다

지난 6월 셋째주 프랑스 칸(Cannes)에선 세계 최대·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열렸다. 매년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다음해 크리에이티비티의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두번째 순서는 헬스트랙(Health Track)이다. 헬스케어와 제약 산업은 브랜디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기에 다른 산업군의 제품 또는 브랜드 캠페인과는 별도로 헬스트랙으로 구분지어 경쟁한다.

올해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랩업리포트(Wrap-up report)에 따르면 수상작 핵심코드 중 하나는 유머(Humour)다. 헬스트랙에서도 여전히 유머가 통했을까.

칸 라이언즈 코리아는 올해 헬스&웰니스·제약·헬스 그랑프리 포 굿 라이언즈의 심사위원 심사평과 함께 주요 수상작 다섯편을 소개한다.

제목: 최후의 구토봉지(THE LAST BARF BAG)
출품사: FCB 시카고(FCB CHICAGO)
브랜드: 드라마민(DRAMAMINE)
제품·서비스: 드라마민(DRAMAMINE)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헬스&웰니스 라이언즈(HEALTH & WELLNESS LIONS) 그랑프리·실버·브론즈 라이언,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LIONS) 골드·실버 라이언, 아웃도어 라이언즈(OUTDOOR LIONS) 실버 라이언, 필름 라이언즈(FILM LIONS) 브론즈 라이언

"멀미약의 역습"

지난 75년 동안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온 멀미약 브랜드 드라마민은 구토봉지에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 전에 없던 익살스러운 전시회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1949년 서로를 위협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가 같은 해에 세상에 나왔다. 한 곳에선 구토봉지가, 다른 곳에선 멀미약이 등장한 것이다. 75년이 지난 현재 드라마민은 시장에서 살아남았고 구토봉지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멀미약을 복용한 사람들은 더 이상 구토봉지가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민은 이러한 멀미약과 구토봉지의 상관관계를 통해 멀미약 브랜드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자 했다.

사라져가는 구토봉지를 통해 멀미약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민은 최후의 구토봉지(The last barfbag)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소호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이뿐 아니라 더 이상 구토봉지가 필요 없는 미래를 위해 구토봉지를 재해석한 새로운 컬러링 북, 종이인형, 노트, 팝콘봉지 등으로 제작해 드라마민 제품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웬디 챈(Wendy Chan) 헬스&웰니스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브랜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기발하고 유쾌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며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도 어떤 규모의 브랜드이던지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음을 반증한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드라마민은 최후의 구토봉지 캠페인으로 전년대비 아마존 판매량이 26%증가했으며 캠페인 개시 후 첫 3주간의 언드미디어 노출은 6억 5000만 회 이상 이뤄졌다.

제목: 자기장 이야기(MAGNETIC STORIES)
출품사: 에리어 23. IPG 헬스네트워크 컴퍼티, 뉴욕(AREA 23, AN IPG HEALTH NETWORK COMPANY, New York)
브랜드: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
제품·서비스: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제약 라이언즈(PHARMA LIONS) 그랑프리·실버 라이언,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라이언즈(CREATIVE DATA LIONS) 골드 라이언, 크리에이티브 B2B 라이언즈(CREATIVE B2B LIONS) 브론즈,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LIONS) 브론즈 라이언, 오디오&라디오 라이언즈(AUDIO & RADIO LIONS) 브론즈 라이언

"불안을 줄여주는 스토리텔링"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일기업이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소아환자와 그 부모 그리고 방사선과 의료진등을 위해 소음이었던 MRI 검사 소리를 이야기의 효과음으로 바꿔놓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모든 MRI 촬영에선 특정한 박자의 패턴으로 소리가 난다. 즉 미리 소리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머리, 간, 척추, 귀 등의 신체부위에 따른 소리를 미리 수집해 해당 소리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오디오북을 제작한 것이다.

MRI 소리는 130데시벨에 가깝다. 이는 군사용 제트기 보다 더 큰 소리를 낸다. 일반 성인에게도 버거운 소리인데 이는 항암치료를 받고있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고통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무서웠던 MRI 소리가 마법기차가 지나가는 소리, 로봇이 움직이는 소리등으로 바뀌고 나면 MRI 검사는 더이상 두려운 시간이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포르투갈의 CUF 병원에서 자기장 이야기를 출시했으며, 현지 의료진은 "어떤 아이들은 수차례 MRI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때 이러한 오디오북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언제든지 편히 검사를 받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콜레트 두아이히(Collette Douaihy) 제약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환자를 두렵게 하는 의료 과정을 몰입감있는 새로운 경험으로 바꿔놓은 점이 인상적인 최고의 스토리텔링"이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제목: 조혼 청첩장(CHILD WEDDING CARDS)
출품사: 임팩트 BBDO, 두바이(IMPACT BBDO, Dubai)
브랜드: 유엔여성기구(UN WOMEN)
제품·서비스: 유엔여성기구(UN WOMEN)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헬스 그랑프리 포 굿(LIONS HEALTH GRAND PRIX FOR GOOD) 그랑프리, 헬스&웰니스 라이언즈(HEALTH & WELLNESS LIONS) 골드 라이언, 글래스:변화를 위한 라이언(GLASS: THE LION FOR CHANGE) 브론즈 라이언

"악습을 끊어내는 그림 메시지"

파키스탄에선 결혼하는 신부 중 21%가 18세 미만이다. 약 500만 명의 소녀들이 15세가 되기도 전에 신부가 된다. 어린나이에 하는 결혼은 여성의 건강에 매우 해롭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합병증은 15-17세 소녀들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기도 했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유엔여성기구는 단순한 인식 개선 캠페인이 아닌 어린 나이의 결혼을 막을 수 있는 법을 바꾸고자 했다.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유엔여성기구는 가상의 아이 결혼식을 만들어서 결혼 소식을 알리는 청첩장을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결혼 초대장은 국회의원과 영향력 있는 국가 지도자들에게 전달됐고 청첩장을 받은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결혼 최소 연력을 18세로 올리는 법 제정을 촉구했다.

의원들의 참여는 파키스탄 사회와 방송에서 아동 결혼에대해 사회적 대화를 일으켰고 파키스탄 내 최고 종교법원인 연방 이슬람 법원에선 마침내 결혼 최소연령으로 18세를 적용하는 칙령을 공표했다.

데이비드 오하나(David Ohana) 헬스 그랑프리 포 굿(Health Grand Prix for Good) 심사위원장은 "AI·특수효과·유명인 전혀 없이 단지 큰 비용을 들이지 않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제목: 종이 장기(PAPER ORGANS)
출품사: 레오버넷, 대만(LEO BURNETT, Taipei)
브랜드: 대만 장기기증 등록&환자 자율성 증진 센터(TAIWAN ORGAN SHARING REGISTRY AND PATIENT AUTONOMY PROMOTION CENTER)
제품·서비스: PAPER ORGANS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헬스&웰니스 라이언즈(HEALTH AND WELLNESS LIONS) 골드 라이언,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LIONS) 실버 라이언, 디자인 라이언즈(DESIGN LIONS) 실버 라이언

"문화로 문화적 관습을 해결하다"

장기 기증을 꺼려하는 문화가 있는 대만에서 장기 기증을 하고도 장례의식을 무리없이 치를 수 있도록 종이공예로 사람의 장기를 표현하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대만 장기기증 등록&환자 자율성 증진 센터는 대만 내 장기 기증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식 기관인데 통계자료에 따르면 장기 기증자 가족의 56%는 심리적 트라우마와같은 정식 건강 관련 어려움을 경험한다. 대만 사람들은 죽은사람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사후 신체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는 문화가 있다. 이 문화적 관습은 대만 내 장기기증 문화가 자리잡기 어렵도록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사망한 가족들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전에 쓰던 물건과 금이나 돈 등의 귀한 물건들을 종이 모형으로 만들어서 불에 태우면 사후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보내어진다고 대만 사람들은 믿는다.

장기기증 자체에 대해 인식을 개선하고 장기기증에 서명한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종이를 태워 사망한 사람에게 보내는 전통과 사망 후 온전한 신체를 유지해야한다는 문화를 결합했다.

장기를 기증해도 기증자에게 다시 장기를 보내줄 수 있도록 불에 태울 수 있는 종이 모형을 만들어 낸것. 이는 기증자 가족들의 죄책감에 대한 고통을 달래주는 동시에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줬다.

종이 장기의 등장으로 대만 장기기증 등록&환자 자율성 증진 센터는 대만 국립대학병원과 협업해 종이 장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게 됐으며 출품자료 기준으로 11곳의 대만에 있는 병원들이 종이장기를 태우는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간 장기기증 동의 서명은 28% 증가했다.

알레무 이머론(Alemu Emuron) 헬스&웰니스 심사위원은 "종이 장기는 대만의 문화에서 답을 찾아낸 솔루션"이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제목: 보이스 투 다이아비티스(VOICE 2 DIABETES)
출품사: 클릭 헬스, 토론토(KLICK HEALTH, Toronto)
브랜드: KVI 브레이브 펀드(KVI BRAVE FUND INC)
제품·서비스: 당뇨 진단 솔루션(DIABETES DIAGNOSTIC SOLUTION)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제약 라이언즈(PHARMA LIONS) 골드 라이언,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그랑프리

"생명을 살리는 목소리"

KVI 브레이브 펀드의 보이스 투 다이아비티스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목소리를 통해 당뇨병을 진단해주는 솔루션이다.

인도는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당뇨병 환자가 많은 나라다. 그러나 이 중 50%는 병원까지의 거리와 비용 문제 등으로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본인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스 투 다이아비티스 캠페인은 인도 사람들 사이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휴대전화를 활용해 1억 명의 사람들이 전보다 더 쉽게 당뇨증상을 확인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제이형 당뇨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목소리에서 음 높이와 떨림 등의 일정한 특징이 발견됐다. 당뇨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 앱에 음성 메시지를 남기면 AI가 14가지의 핵심 음향 특성을 기준으로 당뇨병을 진단해준다.

콜레트 두아이히(Collette Douaihy) 제약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의료기기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다룬 놀라운 작품이며 훌륭한 데이터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라며 "그 아이디어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도 병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로 이어졌다"며 작품의 우수성에 대해 전했다.

2024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 워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