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전장 수요 계속 증가세장덕현 사장 '선구안' 주목하이엔드 역량 집중… 실리콘 커패시터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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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기가 고부가가치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동력으로 삼아 성장세를 이어간다. 배경에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인공지능(AI)과 전장용 MLCC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3811억원, 영업이익 208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7.2% 늘고 영업이익은 1.7% 가량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34.2% 확대된 160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라 주력사업인 컴포넌트 사업부와 패키지 사업부의 이익률 개선이 예상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삼성전기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9.8%, 28.7%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삼성전기의 순항은 전기차·자율주행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력을 키워온 장덕현 사장의 선구안 덕이다. 그는 지난 2022년 취임 이래 MLCC 사업 영역을 기존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중심에서 전장과 서버, 나아가 AI로 확대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기울여오고 있다. 

    삼성전기가 전장·AI 등 고부가가치 MLCC를 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회사는 일찌감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하고 해당 사업을 육성해왔다.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를 생산했고, 2018년에는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출 내 비중은 크지 않았다. 삼성전기에 따르면 MLCC 매출 내 전장용 비중은 2021년 기준 5~6%에 불과했다. 

    그러나 장 사장은 2022년 3월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직후부터 전기차·자율주행 확대에 집중해 선제적으로 대응력을 키워왔다. 전장용 MLCC는 IT용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사람의 생명과 밀접하게 관련돼있어 더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내구성을 요구한다. 이에 차별화된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는 연구개발(R&D)을 늘리며 초격차 확보에 매진했다. 2022년 삼성전기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6%를 돌파했고 지난해는 6.6%로 확대됐다. 연구개발 실적 또한 ▲전장용 초소형, 초고용량 MLCC ▲전장용 기판 ▲전장용 고온, 고압, 고신뢰성 MLCC ▲전장용 고전압, 최고용량 MLCC 등 전장용 제품에 집중됐다. 

    이에 힘입어 고부가가치 MLCC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 수준에서 지난해 13%로 성장했다. 회사는 MLCC 매출에서 전장용 비중이 올해 20~25%까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는 올해 전장용 MLCC 사업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단 구상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AI 열풍이 확산돼고 있는데다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기의 MLCC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AI 노트북이 대량 생산에 돌입함에 따라 고용량 MLCC의 주문과 출하가 크게 늘고, 공급업체의 평균판매단가(ASP)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이다. 

    삼성전기는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하이엔드 제품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고객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연말부터는 발열 감소, 전력 소비량을 줄여주는 부품인 실리콘 커패시터의 양산을 시작하고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기존 MLCC 대신 실리콘을 사용해 만든 새로운 종류의 커패시터다. 반도체 업체들이 발열과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인 만큼 향후 글로벌 업체들로 고객사 다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삼성전기의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를 보면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0조1110억원, 내년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10조95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IT 세트 수요 회복은 제한적이나 탑재량 증가와 서버, 전장 등 고부가 제품 확대로 MLCC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면서 “베트남 FC-BGA 신공장 증설 완료와 양산 개시로 하반기 패키지 사업부 실적 회복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