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일단락최대 승부처 HBM4 급부상맞춤형 니즈 커져… 파운드리-패키징 경쟁력 높이기 올인SK, HBM 파운드리 조직 신설 추진… 삼성 경력자 영입 노려삼성, 4나노 공정으로 양산 준비… 토탈 경쟁력 강화
  •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HBM3에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와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가 내년 대세가 될 6세대 HBM인 'HBM4'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 시장 큰 손 엔비디아가 HBM4를 탑재한 AI 가속기 '루빈'을 오는 2026년 출시할 것이라 선언하면서 삼성과 SK는 본격적인 양산 경쟁을 위한 전열을 갖추는 모습이다.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내년 양산을 준비하기 위해 HBM 사업 무게 중심을 HBM3E에서 HBM4로 옮기고 있다. 양사 모두 내년 HBM4 개발에 성공한 이후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먼저 공급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5세대 HBM인 'HBM3E'는 우선 SK하이닉스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올초 가장 먼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확정지으며 안정적인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이미 올해와 내년분 HBM3E가 완판됐다"고 표현하며 HBM3E에선 이미 승부가 SK로 기울었음을 자신하기도 했다.

    삼성은 뒤늦게 HBM 사업에 힘을 실었지만 아직까진 엔비디아 공급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아 시장의 우려를 샀다. 다만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HBM 물량으로는 한계가 있어 조만간 삼성을 공급망에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한 발 늦었지만 삼성도 HBM3E 12단 같은 제품에서 승부를 띄울 것으로 본다.

    HBM 시장이 무르익으면서 내년 HBM4이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HBM3E에서 SK하이닉스가 압도적으로 먼저 치고 나갔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웠던 반면 HBM4부터는 삼성이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무엇보다 삼성이 HBM4의 가장 큰 특징인 '베이스 다이(Base Die)'에서 기존에 갖고 있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HBM4는 HBM3와는 다르게 메모리인 HBM 위에 GPU를 수직으로 올리는 패키징 기법을 도입하는데 HBM 1층에 해당하는 베이스 다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파운드리 선단공정 도입이 필수로 거론된다.

    삼성은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기술력에 선단공정 파운드리까지 모두 내부적으로 완성해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다는 '토탈 서비스(Total Service)'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여기에 패키징까지 더해져 고객사의 니즈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게 최대 강점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내재화하고 있지 않은 탓에 일찌감치 1등 파운드리사인 대만 TSMC와의 협력구도를 공고화했다. TSMC의 로직 반도체 선단공정을 활용하면서 기존 5세대 HBM에서 자체 개발 및 생산했던 베이스 다이 성능을 크게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은 TSMC와의 협력이 SK하이닉스의 HBM4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도 많지만 그만큼 SK하이닉스가 TSMC와 합을 맞추고 고객사와의 소통까지 원활하게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의견도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이 같은 현실에 대비해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개발과 양산 과정에서 파운드리 분야를 전담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경력사원 채용에 나서면서 HBM 부문에서 '파운드리 기술에 대한 분석', '파운드리 소자 개발' 등의 업무를 맡을 담당자를 찾는다고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국내에선 파운드리 경력자 대부분이 삼성 소속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삼성 파운드리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파운드리 공정 기술인 '핀펫(FinFET)' 전문가도 찾는다. 핀펫은 반도체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TSMC가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파운드리 공정 기술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이 기술 관련 10년 이상 전문가를 영입해 TSMC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HBM4에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강점인 파운드리 미세공정 수준을 대폭 높였다. 그동안 업계에선 7~8나노미터(nm) 수준에서 HBM 로직다이가 제조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삼성은 여기에 4나노를 도입해 압도적인 성능을 뽑아낼 것이라 선언했다.

    4나노는 삼성 파운드리에겐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수율 측면에선 4나노가 가장 안정된 상태라고 알려졌다. 삼성의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은 70%가 넘는 수율을 확보하고 있다는게 업계 안팎의 예상이다.

    이렇게 삼성이 자체 파운드리의 최고 수율 최신 공정을 HBM4에 도입해 판 뒤집기에 나섰다는 평에 힘이 실린다. 삼성의 절치부심으로 내년 이후 HBM 시장은 열기를 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