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위 삼성-SK하이닉스 영업익 25조~30조 전망3위 마이크론 고작 5조원대HBM3E 공급 뚫었지만 범용 D램 CAPA 놓쳐메모리 가격 계속 상승세설비투자-재원확보, 삼성-하이닉스 유리한 고지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마냥 웃을 것만 같은 D램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올해 나란히 25조~30조 원 수준의 역대급 영업이익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반면 마이크론은 HBM에 내준 D램 생산능력(CAPA)이 독으로 작용해 5조 원대 이익을 내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올해 D램 1,2강인 삼성, SK하이닉스가 3강인 마이크론과 이익 격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규모를 크게 키우며 도래한 '메모리의 봄'을 만끽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 규모를 25조~27조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30조 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삼성 DS부문은 1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조 원 가까운 이익을 낸데 이어 2분기에도 6조~7조 원 수준의 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만 최소 8조 원을 확보한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범용 메모리 가격이 본격 반등하면서 이익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 감안 시 하반기로 갈수록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는 증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8~13%, 낸드는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도 역대급 실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조 7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2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공통적 견해다. 25조 원까지 이익규모를 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 수치가 현실화된다면 지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 20조 8438억 원을 넘어서는 이익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호실적은 단연 HBM이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3사 중 가장 먼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결정짓고 양산을 시작했으며 하반기부터는 HBM3E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올해 대폭 성장한 영업이익 상당부분을 채울 것으로 분석된다.
  • ▲ ⓒ마이크론
    ▲ ⓒ마이크론
    메모리 업황은 돌아왔지만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마이크론이다. 삼성, SK하이닉스와 다른 회계 기준과 연도를 적용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GAAP 기준 회계연도 2분기(2023년 12~2월)와 3분기(2024년 3~5월)에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늘어난 이익을 기록하긴 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삼성, SK하이닉스의 회계연도와 같은 기준으로 보면 마이크론은 올해 5조~6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7조 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냈던 상황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성장을 한 셈이지만 동시에 올해 벌어들인 이익으론 지난해 적자를 메꾸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이크론이 HBM에 의욕을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전략이 실적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삼성, SK 대비 생산능력이 부족한 마이크론이 HBM에 생산라인을 우선 배치하다보니 범용 제품에 대한 생산 여력이 급감하고 추가 투자도 이뤄지기 힘든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올해 메모리 3사의 영업이익 격차가 20조 원 이상 벌어지면 내년 이후 메모리 초호황기엔 더 큰 격차가 불가피하고 심지어 마이크론의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올해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부분을 생산능력 확장과 설비투자에 다시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AI(인공지능) 수요가 급증하며 HBM 등으로 우선 배치했던 생산라인이 범용 메모리 수요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극심한 부족 현상을 빚고 있어 내년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요에 대비하려면 올해 투자는 필수를 넘어서 생존 그 자체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마이크론만 도태될 위기에 빠졌다.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 아이다호에 차세대 HBM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고 말레이시아에도 HBM 생산공장 구축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계획이 실제 얼마나 실행으로 옮겨질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다만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은 남아있다. 이미 미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마이크론은 61억 달러(약 8조 4100억 원) 보조금을 받게 된다. 이는 인텔, TSMC, 삼성전자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