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글로벌, 이달 들어 미국 셀러 정산 중단… 십수억원 묶인듯미주 셀러 잇따른 판매 중단으로 확산… 일부선 소송 추진큐텐, 정산지연 사태 해결 추진… 지연이자·보상방안 내놓을듯
  • “당장 10만달러를 메꿔야 하는데 왜 정산이 안 됩니까. 밤새 잠도 못 잤습니다.”
    “재무에서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지난 9일 큐텐 미국 법인에 입점한 판매자(셀러)와 큐텐 글로벌팀 MD 사이 대화의 일부다. 이 셀러는 지난 5일 정산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도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

    큐텐의 셀러에 대한 정산 지연 사태가 국내에 이어 해외법인에도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말이 지연이지 아예 정산이 중단된 경우다. 이 사업자 외에도 다른 사업자의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확인된 규모만 십수억원을 넘는다.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큐텐이 유동성 문제로 셀러에게 판매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가 국내법인 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 전반적으로 번졌다는 우려에 힘이 실린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미국법인은 현재 셀러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을 중단한 상태다. 

    큐텐의 정산과정은 월말 마지막 금요일에 판매자 Q통장에 출금신청을 하면 그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송금처리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달 들어 출금신청에도 불구하고 출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산을 받은 일부 셀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적지 않은 셀러가 이 과정에서 자금이 묶였다. 현지 판매자에 따르면 정산 일정이나 정산 지연 사유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재무 부서에서 승인이 나지 않는다는 설명만 반복할 뿐이다.

    이번 사태에 정산을 받지 못한 이 셀러는 “한달 매출 백만 달러가 넘는 업체도 현재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대형사들은 물론 거의 모든 미주 업체들이 큐텐에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셀러가 정산 받지 못한 대금은 약 12만 달러 규모. 하지만 이 정산 지연이 장기화되면 오는 8월, 9월에 정산 받아야 할 금액이 25만 달러 이상 대폭 올라간다. 사업의 지속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규모다. 이 셀러는 현재 큐텐에 내용증명 발송을 시작으로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큐텐 국내법인에서 셀러에 대한 정산이 중단됐던 사례의 판박이다. 그나마 국내 법인에서 지연됐던 정산이 재개된 것과 달리 미국 법인의 정산 중단은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셀러 사이에서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를 차별한다는 불만까지 터진다. 

    큐텐이 이런 상황까지 몰린 것은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동남아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인 큐텐이 2022년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잇따라 인수했고 최근에는 AK몰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도 인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큐텐의 유력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당초 목표했던 6월을 넘기며 지연됐다는 점이다. 결국 상장 지연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자금난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큐텐도 이번 정산 지연 사태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이커머스 플렛폼이 셀러에게 신뢰를 잃는 순간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큐텐 이번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정산 지연 이자지급이나 판매수수료 인하 등의 실질적 보상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글로벌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이번 정산지연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하반기에 위기를 겪으리라는 소문이 이전부터 돌았다”며 “셀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앞으로 큐텐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