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벤처 신화 주역의 추락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 수익 극대화에 급급SM엔터 인수 시세 조종 의혹 등 사법리스크 불거져국민 기업에서 불신 기업으로 신뢰도 추락"카카오 구성원 모두 뼈 깎는 심정으로 쇄신해야"
  • ▲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뉴데일리 DB
    ▲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뉴데일리 DB
    "흙수저 벤처 신화의 주역."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을 거론할때 따라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서열 15위 '카카오 왕국'을 일군 그는 벤처업계의 성공 신화 아이콘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그는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한 자수성가형 오너라는점에서 업계의 귀감을 샀다. 어린 시절 여덟 가족이 단칸방에 살았던 '흙수저' 시절을 이겨내고 혈서까지 쓰면서 서울대에 합격한 사례는 유명한 일화다. 이후 15조 4000억원의 개인 자산을 보유하면서 국내 1위 부자 자리에 오른 성공 스토리는 창업자들의 롤모델로 꼽히기 충분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카카오 성공의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뇌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를 비롯해 경영진 스톡옵션 매각에 따른 '먹튀 논란'으로 도덕적 해이가 불거졌다. 경기도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먹통 대란도 발생했다. 

    특히 SM엔터 인수 시세 조종 의혹을 비롯해 바람픽쳐스 인수 시세조종,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카카오 가상화폐(클레이튼) 횡령 및 배임 의혹 등에 대한 전방위적 사법리스크가 불거졌다.

    한때 국민 메신저로 칭송받고, 대한민국 IT를 이끌던 기업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형국이다. 자율 경영이라는 이름하에 계열사 전반에 퍼진 '형님 리더십'이 뇌관의 불씨로 작용하게 된 것. 회전문 인사로 형성된 카르텔 문화가 공동체 위기로 확산되면서 김 위원장의 성공 신화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SM엔터 인수 시세 조종 의혹으로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를 받으면서 김 위원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는 17년간 길러온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밀고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과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으면서 쇄신을 다짐한다. 비(非)김범수계 라인인 정신아 대표를 새롭게 내정하고,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설치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준법 경영과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너무 늦은 걸까. 김 위원장의 쇄신 작업에도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카카오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며 올 들어 24% 하락하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떨어진 주가 만큼 김 위원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카카오가 짊어진 불신의 무게는 이미 납덩어리만큼 무거워졌다.

    결국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는 총수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에 휩싸였다. 사법리스크가 발목을 잡으면서 계열사 매각, 인공지능(AI) 신산업 추진에도 뒤처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표 벤처 기업 수장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IT 생태계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의 몰락을 이대로 지켜봐야 할까.

    김 위원장은 1평 미만의 구치소 독방에서 수의를 입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을 것이다.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다. 계열사별 쇄신 작업을 통한 차근차근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책임쳐야 하는 것은 비단 김 위원장 혼자의 몫은 아니다. 국민 기업으로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카카오 공동체 모두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