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보다 PC로 플레이 할 때 언리얼5 그래픽 진가 드러나호쾌한 액션, ‘피니시’ 효과도 압권 … 곳곳 수동 플레이 요소도‘리니지 라이크’ 평가 있지만 초반 플레이는 무난해
  • ▲ 레전드 오브 이미르. 북유럽의 감성 그 자체다.
    ▲ 레전드 오브 이미르. 북유럽의 감성 그 자체다.
    체력도 집중력도 10~20대 같지 않은 소위 ‘아재’ 직장인에게 게임이란 제법 가혹한 취미다. 늘 피곤하고 졸린 그들에게 게임에 쏟아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스트레스 해소에 비교적 건전하고 경제적인 취미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느릿한 순발력과 컨트롤의 '뉴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신작을 리뷰해봤다. <편집자 주>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올해 게임업계에서 선보이는 트리플A급 신작 중에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게임이다. 개발 기간만 4년. 작년에 흑자전환하면서 3년 연속 적자를 끝낸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흥행이 절실한 게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신작, 직장인 소프트 플레이어가 즐기기에도 괜찮을까. 첫 서비스가 시작된 20일, 주변의 눈총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플레이 해봤다. 총 플레이 시간은 약 10시간으로 19레벨까지 달성했다. 모바일(갤럭시S22 울트라)과 PC를 교차로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PC를 통해 플레이 했다. 

    사실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첫 인상은 꽤나 강렬하다. 언리얼5 엔진으로 구현된 화려한 그래픽은 최신 콘솔게임 이상으로 화려하고 섬세하다. NPC의 움직임이나 표정이 다소 어색한 것만 감수하면 북유럽 신화에 기반을 둔 월드 구성은 아주 매력적이다. 바람에 황금색 보리밭이 출렁이고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초반 마을의 오두막부터 NPC의 의복, 컵이나 식기까지 모두 고대 북유럽의 감성을 담겨 있다. 이 그래픽의 화려함 때문에라도 모바일보다 PC를 더 추천할 수밖에 없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모바일 보다는 4K 해상도의 대형 모니터에서 더 높은 만족도를 줬다. 최적화는 PC나 모바일이나 모두 만족스러웠다.
  • ▲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풍경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실제 게임 내에서는 풍경을 살피는 뷰포인트 콘텐츠가 있다.
    ▲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풍경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실제 게임 내에서는 풍경을 살피는 뷰포인트 콘텐츠가 있다.
    캐릭터 직업은 ‘묵직한 한방’이 있는 ‘버서커’를 선택했다. 호리호리한 다른 미형 캐릭터에 없는 풍성한 턱수염과 우람한 대흉근은 그야말로 마초의 상징. 실제 ‘버서커’의 액션은 호쾌함 그 자체다. 특히 일정 확률로 발동되는 마무리 공격 ‘피니시’의 효과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카메라가 바뀌면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흑백으로 전환되는 연출이 단연 백미였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총 3가지 시점을 제공하는데, 추천은 단연 숄더뷰(D)다. 보다 멀리 보는 탑뷰나 쿼터뷰로는 액션의 화려함을 느끼기도 힘들고 때론 인파 속에서 내 캐릭터를 찾기 힘든 경우도 있다. 상의를 탈의한 ‘버서커’ 특성상 무성한 근육 속에서 털(?)만으로 내 캐릭터를 찾아야 한다.
  • ▲ 레전드 오브 이미르 세계관에서 근육질 마초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레전드 오브 이미르 세계관에서 근육질 마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적응 기간이 필요했음은 두말할 것 없다. 초반 퀘스트를 찾아가다 길을 잃고 한참 헤맨 뒤에야 우측 상단의 퀘스트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걸 배웠다. 자동 이동이라고 해도 풍경 곳곳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있다.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지역 곳곳에 ‘뷰 포인트’라는 곳을 뒀는데, 수동 이동을 통해 지역별 풍경을 감상해야 업적을 통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사가’ 시나리오는 자동 시나리오 진행 없이 게임 내 힌트를 얻어 직접 해당 지역 NPC를 찾아 진행해야 된다.

    다만 게임에서 섬세한 조작을 통한 ‘핵 앤 슬래시’ 액션의 쾌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퀘스트를 클릭하는 것 만으로 자동 전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동 액션 버튼을 통한 액션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동으로 싸우는 것과 큰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컨트롤이 엉망이어도 무난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걸까. 물론 이는 스킬 수가 많아지는 게임 중반부터는 스킬의 순서에 따라 발동되는 ‘강타’ 스킬의 타이밍이 수동 전투 효율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토르와의 전투 중 곳곳에서 나타나는 QTE 액션.
    ▲ 토르와의 전투 중 곳곳에서 나타나는 QTE 액션.
    클릭 한번으로 스토리 진행과 전투를 모두 진행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지루해지는 경향도 있다. 게임은 대화→전투→대화→전투의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MMORPG의 숙명이라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보물상자를 여는 정도는 NPC가 직접 해도 되지 않나 싶다.

    흥미로운 점은 시나리오 중간중간 진행되는 컷신이다. QTE(Quick Time Event) 액션은 긴장감을 단번에 끌어올린다. 멍하니 있다가 버튼 타이밍을 놓치면 꽤나 아픈 데미지를 입어야 한다. 선상 전투 이벤트에서는 바닥에 그려지는 적 스킬 범위를 피해 뛰어다녀야 하는 부분도 어렵지 않으면서 재미있었다. 

    과금 요소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각 장비의 제작과 강화는 물론 외형과 스킬에 영향을 주는 ‘발키리’, 캐릭터와 동행하는 ‘디시르’, 탈 것에 해당하는 ‘동반자’, 컬렉션 등 게임 곳곳에 뽑기 요소가 많다. 당연히 이 때 필요한 재화는 대부분 현금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은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리니지 라이크’ 게임으로 분류 중이다. ‘페이 투 윈’ 요소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 ▲ 종종 보게되는 미션 실패 메시지.
    ▲ 종종 보게되는 미션 실패 메시지.
    이 때문에 ‘레전드 오브 이미르’가 소프트 플레이어에게 괜찮은 게임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날 10시간 동안 별도의 과금 없이도 진행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물론 8-12 시나리오는 도무지 깰 방법을 못 찾겠다. 과금이 필요한 타이밍이랄까.

    MMORPG가 대부분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경쟁보다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있다. 오픈 첫날 ‘레전드 오브 이미르’의 클랜 콘텐츠, 전체 채팅에 문제가 생기며 기능이 제한됐지만 향후 정상화된다면 도움을 주고 받는 제법 사람 냄새나는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모바일 UI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정에서 UI를 최대한 크게 해도 아이콘과 글자는 노안이 찾아오는 중년에게는 제법 가혹한 환경이다. 글자를 읽기 위해서는 눈을 찌푸려야 한다. 향후 조금 더 아재 게이머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