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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범석 쿠팡창업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 ⓒ각 사 제공
국내 유통업계 오너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총출동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들이 중심이 돼 의원·민간 외교의 가교역할을 수행은 물론 향후 미국 시장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일(현지 시간·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그는 당일 저녁 열리는 무도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정 회장은 부인 한지희 씨와 함께 지난 18일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는 핵심 인사들과 외국 정상급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미국 뉴욕 JFK 공항에 입국한 후 기자들에게 "사업가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겠다"며 "미국과의 다양한 창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 가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이마트가 미국에 설립한 PK리테일홀딩스를 통해 현지에서 유통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PK리테일홀딩스는 2018년 유통 기업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 뉴시즌스마켓도 인수한 바 있다.
이 회사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902억원과 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6.1% 증가했다.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무도회에 참석한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18일 트럼프 주니어가 개최한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트럼프 주니어와 국무·상무부 장관 지명자 등을 만났다.
김 의장은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장관 지명자들과 한국 및 대만의 쿠팡 물류 인프라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한미친선협회의 추천을 받아 트럼프 취임식에 초청돼 참석한다. 허 회장은 취임식 참석 후 한국 경제에 관심이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만나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국 경제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인연이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2005년 미국에 진출해 현재 약 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약 1억6000만달러 규모의 현지 제빵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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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출처=APⓒ연합뉴스
최 부회장은 현지의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한 뒤 오는 21일 뉴욕으로 이동해 글로벌 섬유·패션 전시회인 텍스월드 USA 2025를 참관한다. 최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국의 경쟁력 있는 섬유 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컨소시엄 사업의 일환으로 구성한 한국관도 살펴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국내 유통업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그는 대선 유세 중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가 예고한 보편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액이 연간 222억달러에서 최대 448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한국 수출품에 대한 10% 이상의 관세 인상이 예상되며 이로 인한 연간 대미(對美) 수출액은 152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맥을 중시하는 트럼프와 국내 재계 인사 간의 첫 만남이 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소통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공식적 채널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미 창구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민간 부문에서 우선 소통할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당장 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을지라도 미국과의 관계의 앞날에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