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제주 하루배송 시작… 조기 마감 이어지며 물량 두배로 확장목포항·녹동항 두 곳에서 나눠 입항… 배송 리스크 최소화'콜드체인' 통해 제주 고객 문앞까지 신선하게 배송
  • ▲ 7월 25일 제주항 6부두에 내린 컬리 제주하루배송 간선 차량 모습ⓒ조현우 기자
    ▲ 7월 25일 제주항 6부두에 내린 컬리 제주하루배송 간선 차량 모습ⓒ조현우 기자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제주항 6부두에는 안전모와 엑스반도를 착용한 인원들이 입항하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과 오토바이, 인원을 싣고 오는 화객선의 안전한 입장을 돕기 위함이다.

    지난 25일 오후 13시 18분, 제주공항에서 약 6㎞ 떨어진 제주항 6부두 앞바다에 2만6500톤급 연안화객선 퀸 누제비아 II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에는 새벽 1시 컬리 평택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제주 하루배송 간선 차량도 실려있었다.

    거대한 여객선은 접안이 완료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처음 육안으로 배를 확인한지 20분이 되어서야 사람들과 차량들이 하선하기 시작했다.

    추가로 10여분이 지나자 흰색 5톤 트럭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벽 1시 컬리 평택물류센터를 출발한 제주 하루배송 물류 차량이다. 차량은 목포항에서 오전 10시께 출발해 제주항까지 약 4시간을 콜드체인을 유지하며 이동하게 된다. 부두에 내려선 차량은 곧바로 상품을 지역별로 나눠 배송을 전담하는 TC(Transfer Center)로 이동한다.

    지난 7월 7일 시작한 컬리의 제주 하루배송은 순항 중이다. 밤 11시 주문 시작과 동시에 주문이 몰리며 3일 연속으로 조기 마감이 이뤄졌다. 현재 내륙-제주간 냉장·냉동 하루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은 컬리가 유일하다.
  • ▲ 같은 날(25일) 새벽 1시 컬리 물류센터를 출발하는 차량ⓒ컬리
    ▲ 같은 날(25일) 새벽 1시 컬리 물류센터를 출발하는 차량ⓒ컬리
    이날 제주항에서 만난 김귀득 컬리넥스트마일 프로세스혁신그룹장은 “물류 하는 사람들은 제주도를 ‘물류의 끝판’이라고들 한다”면서 “제주항에 들어오는 배편이 고작 하루에 두편 뿐이라 예약도 치열한 데다, 배로 운송하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어제(24일) 녹동항에서 출발한 배가 고장이 나 2시간이 지연됐다”면서 “다행히 빠르게 작업해 지연배송은 없었지만, 배 고장이 심해 출발을 못했거나 했다면 물량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컬리 역시 목포항과 전남 녹동항 두곳에서 간선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시 리스크를 나누기 위함이다.
  • ▲ 제주도로 향하는 제품들의 모습ⓒ컬리
    ▲ 제주도로 향하는 제품들의 모습ⓒ컬리
    두부·우유·계란 등 신선식품이 주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내륙과는 달리 제주 지역의 배송은 RMR(레스토랑 간편식)이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연복의 목란 짬뽕, 압구정 쭈꾸미 볶음, 하코야 살얼음 동동 냉메밀 소바 등이다. 제주지역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지역 맛집의 밀키트·가공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그룹장은 “차량에 실리는 상품은 파레트 기준 16개로 약 1280개”라면서 “7월 초 처음 예상 했을 때 하루 500건 정도 생각했었는데, 벌써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상보다 높은 관심에 곧바로 물류 확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다만 제주도의 경우 배편 예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준비들로 인해 5일차부터 간선 차량을 두 배로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컬리 제주 하루배송은 평택 물류센터에서 시작된다. 컬리 물류 기지 중 가장 큰 정온센터를 갖추고 있고, 데이터 기반의 최적화 엔진과 시너지를 통해 효율이 극대화되는 묶음 작업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택 물류센터는 피킹된 상품들을 개별 보관했다가 필요에 따라 일괄 투입하는 시퀀스 버퍼(Sequence Buffer)도 갖추고 있다. 고회전 상품의 피킹은 작업 속도가 빠르며 유연성이 높은 사람이 맡고, 저회전 상품은 제품이 작업자에게 자동으로 전달되는 GTP(Goods To Person) 설비 역시 구축하고 있다.
  • ▲ 같은 날 녹동항을 통해 제주도에 들어온 간선차량 모습. 신선식품과 비신선식품의 비중이 약 7:3 정도다.ⓒ조현우 기자
    ▲ 같은 날 녹동항을 통해 제주도에 들어온 간선차량 모습. 신선식품과 비신선식품의 비중이 약 7:3 정도다.ⓒ조현우 기자
    제주항 6부두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떨어진 TC에서는 이미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배송 지역에 따라 1톤 트럭으로 제품을 옮겨 담는 작업이 이뤄진다. 현재 컬리의 제주 하루배송 지역은 제주시와 애월,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영어교육도시 등이다.

    김 그룹장은 “판매 데이터를 확인하던 중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영어교육도시 물량이 1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교육을 위해 건너온 학부모들이 주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TC에 도착한 상품들은 분류 작업을 통해 곧바로 1톤 배송차량에 실려 배송된다.ⓒ조현우 기자
    ▲ TC에 도착한 상품들은 분류 작업을 통해 곧바로 1톤 배송차량에 실려 배송된다.ⓒ조현우 기자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총 4개의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말은 도시지만 실제로는 일부 구역에 불과하며, 인구 역시 2만4000여명 수준이다. 이곳에서 배송 물량의 15%를 차지하는 것은 그만큼 컬리 배송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제주도로 옮겨온 뒤에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목포항을 통해 제주항으로 들어온 간선차량의 경우 신선식품과 비신선식품의 비중이 약 7:3 정도였다. 의외로 인근 마트와 슈퍼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생수와 휴지 등의 수요가 높았다.

    김 그룹장은 “컬리 PB 제품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제품 구매를 하면서 함께 주문하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배송을 위해 작업 중인 모습ⓒ조현우 기자
    ▲ 배송을 위해 작업 중인 모습ⓒ조현우 기자
    오후 2시 40분 시작된 분류 작업은 약 50분 뒤인 3시 30분에 마무리됐다. 작업이 마무리되는 순서대로 차량들은 속속 TC를 빠져나갔다. 첫 차량이 출발한 시간(3시 37분)과 마지막 차량이 배송에 나선 시간(4시 8분)은 고작 20분 차이였다.

    이곳 TC에서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배송하기 위해 운영하는 차량은 약 20여대. 주문이 많을 때에는 최대 25대까지 배송에 활용하고 있다. 해당 차량 역시 모두 콜드 체인 기증을 갖추고 있다.

    컬리는 현재 간선차량 확대를 위한 검토 중이다. 일반적인 물류와는 달리 제주도 배송을 위해서는 간선차량과 배편 확보, TC환경 확보 등 고려해야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단순 비용으로만 차량 한 대당 150여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현재 1200여건인 제주지역 일일 배송이 5000여건까지 늘어난다면 비용 부담을 덜고 배송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 이날 컬리 제주하루배송을 통해 배송된 상품ⓒ독자 제공
    ▲ 이날 컬리 제주하루배송을 통해 배송된 상품ⓒ독자 제공
    소비자 만족도도 높다. 콜드체인을 통해 내륙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신선하게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컬리 제주 하루배송을 받은 40대 여성 이모씨의 주문 내역 역시 마이셰프 감바스, 한우 소불고기 전골, 조선호텔 떡갈비, 사미헌 갈비탕, 애슐리 치킨 등 RMR·냉동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 씨는 “그간 제주 배송이 안돼 아쉬웠는데 주문할 수 있게 기쁘다”면서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는 전날 오후에 주문했더니 (이날) 오후에 도착해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송 완료된 지 한 시간이 지난 뒤 상품을 열어봤는데 전혀 녹거나 문제가 있지 않았다”면서 “유명 셰프 식당의 밀키트를 제주에서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