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해외 기술유출 12건 적발 … 국가핵심기술 6건·중국 최다국내 기업 2곳 중 1곳 "영업비밀 유출 형사처벌 강화해야"안덕근 산업장관 "처벌 강화 방향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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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가면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번 기술이 유출되면 그동안 기업에서 공들여온 사업 방향 전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 상반기 해외로 기술을 유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건에 비해 4건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술 유출 국가는 중국이 12건 중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 1건은 미국, 1건은 이란이었다.
특히 12건 가운데 6건은 국가핵심기술로 확인됐다. 이 중 4건은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 및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기술이다.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조선·원자력 등 70여 건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연도별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21년 89건, 2022년 104건, 2023년 149건으로 증가 추세다. 지난해 동기 대비 전체 기술 유출 건수는 50건에서 47건으로 줄었으나 해외 기술 유출 건수는 8건에서 12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건에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0.1%(9건), 2022년 11.5%(12건), 지난해 14.7%(22건), 올 상반기 25.5%(12건)로 상승했다.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던 기술 유출되고 있지만 산업기술 유출은 범죄 특성상 파악과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업체 측이 파악하지 못한 것을 수사 기관이 인지해 수사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를 보았는지 판단하지 못해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예도 있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법원 사범 연감에 따르면 10년간(2013~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재판 건수는 188건이었고 이 중 1심이 선고된 사건은 141건에 불과했다. 국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산업계도 엄중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허청이 발표한 2023년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유출에 대한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책 수요로 영업비밀 유출 범죄의 형사 처벌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46.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 결과인 27.1%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전문가들은 산업기술을 유출하는 범죄가 지능화·다양화되고 늘어나면서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선 산업기술보호법 등 관련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이 법안은 기술 유출에 대한 벌금을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올리고 해외로 기술을 고의로 유출한 범죄자에 대해 가중 처벌을 가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권준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기술정책단 정책기획실 연구원은 "지속적인 기업 영업비밀 누설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그 부작용으로 중요기술의 대외 의존도가 높아질 우려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면서 "경제안보를 위한 중요기술의 연구개발 성과가 사회적으로 구현되는 것을 고려해 필요에 따라 민・관 대화를 진행하며 관계부처간 공통된 기준과 대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업비밀 관리 강화의 좋은 예를 참고해 기업규모 등을 고려해 리스크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대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연내 통과시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기업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