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어든 수요 회복 안돼OLED-8K 등 기술력 불구 판매 제자리 걸음차세대 기술로 나아갈 동력 상실 우려구독서비스로 돌파 시도... OTT 대체에 집중 투자
  • ▲ LG올레드 에보 제품 이미지 ⓒLG전자
    ▲ LG올레드 에보 제품 이미지 ⓒLG전자
    TV 기술이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좀처럼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시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TV 수요는 살아있지만 자칫하다간 차세대 기술을 개발할 동력 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V 시장 투톱인 삼성과 LG는 값비싼 프리미엄 TV를 구독 방식으로 구매하게 하거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없이 TV 자체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내놓은 TV 신제품이 글로벌 소비자 매체들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역대급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OLED TV는 지난 6월 미국 소비자가 뽑은 '최고의 TV'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소비자 매체인 컨슈머리포트가 317개 TV를 대상으로 한 성능 평가에서 삼성 TV(모델명 QN65S90D)가 최고점인 87점을 받으며 1위에 오른 것이다.

    삼성은 반도체 노하우를 살린 강력한 AI 프로세서를 신제품에 적용해 TV 화질과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체적으로 화질을 업스케일링하고 삼성 녹스로 보안까지 갖추면서 가장 안전한 TV라는 평가도 얻었다.

    LG전자의 올해 신제품 올레드 에보(모델명 G4, C4)에도 소비자 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LG 올레드 에보는 전 세계 14개국 소비자 매체의 TV 성능 평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LG 올레드 에보는 상당수 매체에서 "단점이 없다",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아 눈길을 끈다. 이들 매체들이 평가 상위 제품으로 꼽은 거의 대부분이 LG TV였고 나머지도 삼성이 차지했는데 하나같이 제품의 완벽성을 언급하며 약점이 없을 정도로 TV 기술이 발전했음을 밝혔다.

    업계에서도 TV 기술이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면서 최근 2~3년 사이 정점을 찍었을 정도로 완벽해졌다는데 공감한다. 초대형화된 TV에서도 안정적으로 화질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표현력을 갖춘 마이크로 LED까지 시장에 자리잡았고 OLED 대중화로 가격 허들까지 점차 낮아지면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고품질 고화질 TV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이 갖춰졌다는 평이다.
  • ▲ 삼성 네오 QLED 8K TV ⓒ삼성전자
    ▲ 삼성 네오 QLED 8K TV ⓒ삼성전자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꺼번에 TV 교체 수요가 몰린 이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TV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올림픽 같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음에도 새 TV를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크지 않다는게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도 여전히 비관적이다. 옴디아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조사들이 올 하반기 TV 출하량 목표를 추가 하향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618 페스티벌에서의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유럽 스포츠 프로모션 기간 동안 TV 판매 실적이 긍정적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구매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미 정점을 찍은 TV 기술력을 더 발전시킬 필요성도 과거 대비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과 LG 등 리딩 기업들이 해마다 TV 신기술과 새로운 폼팩터를 적용한 프리미엄 신제품을 선보이면 이후 2~3년에 걸쳐 이 같은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판매량을 크게 확대하는 구조가 보편적이었지만 수요 위축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여전히 프리미엄 TV 수요는 굳건하다고 하지만 제조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지 오래다. 단순히 TV라는 하드웨어를 파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구독 서비스나 자체 콘텐츠 플랫폼 탑재 등으로 타개책을 마련했다.

    삼성은 이미 10년째 '삼성 TV 플러스'라는 콘텐츠 플랫폼을 자사 TV에서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인 서비스지만 최근 넷플릭스 같은 유료 OTT 서비스들이 가격을 높이고 경쟁 수위를 높이면서 삼성 TV 플러스 서비스가 경쟁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가입이나 구독, 추가 기기 없이 무료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TV 구매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비싼 프리미엄 TV를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 숨겨진 수요를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TV와 함께 홈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수 있는 스피커, 우퍼 등을 함께 갖추기 용이하다는 점도 구독 서비스의 강점이다.

    LG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이 TV 콘텐츠 플랫폼을 조 단위 매출이 나는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