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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시장에서 하향 쏠림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약 2년 만에 연 3% 아래로 떨어졌다. 주택시장 수요자들도 벌써부터 은행 대출문을 두드리며 ‘고금리 시대 종식’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시장금리 인하로 금융권에 나타나기 시작한 파급효과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리 인하만을 목 빠지게 기다려 왔던 카드업계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수익성 발목을 잡고 있던 높은 조달비용 부담이 서서히 완화될 조짐이 보이자 '5개월 무이자' 혜택부터 돌아왔다. '금리 인하'가 카드사 숨통을 트이게 할 열쇠로 꼽혀 왔던 만큼 혜택 복귀, 영업 확대 등에 나설 여력이 있다고 내부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 3년물 평균금리는 지난 26일 기준 3.42%로 나타났다. 고점에서 머물렀던 여전채 금리가 2022년 4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3.4%대로 떨어진 것이다.

    ◇2년만 여전채 금리 저점… 이자비용 절감용 발행 늘리는 카드사들

    예·적금 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로선 금리인하가 최대 호재로 다가온다. 자금조달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AA'급 우량 일반 회사채가 발행 시장에 뜸한 틈을 타 카드사 채권에 대한 수요도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여전채 발행은 최근 4주간 7875억원, 적극적 순발행(3450억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우량물 공급이 제한적인 가운데 투자자를 실어 나르는 AA급 카드사 채권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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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가 떨어질 때 적극적 발행을 통해 이미 발행한 채권을 저금리로 갈아타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8개 전업 카드사의 채권 규모는 14조원가량이다. 이중 13조원가량이 고금리 기간 발행한 채권이다. 연내 저금리 차환에 성공하면 이자비용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중에서도 카드업계가 고금리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투자운용수익보다는 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수수료와 이자 수익을 내는 구조라 카드사는 금리 민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각 카드사가 비용 효율화, 저수익 사업 부문 축소 기조를 이어가면서 카드 상품 혜택이 대폭 축소됐는데 이제 혜택을 다시 내놓을 수 있어 영업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취 감췄던 '5개월 무이자' 돌아왔다… 카드사 "이제는 감당 여력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이 일부사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조짐이다.

    신한카드는 9월 30일까지 온라인쇼핑, 손해보험, 백화점, 여행·항공·면세점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 제공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도 온라인쇼핑과 항공 등 결제액 규모가 큰 일부 업종에서 최대 5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대 6개월 무이자할부가 업계 표준이었던 과거와 달리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무이자 혜택은 차츰 줄어들었다. 최근까지는 대다수 카드사가 최대 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다. 무이자 혜택에 따른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해야하는 만큼 비용 효율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

    5개월 무이자할부의 귀환은 카드업계가 자체적으로 '긴축모드' 해제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내실 경영, 저수익 사업 비용 감축에 집중해왔으나 하반기 금리인하가 현실화하면 예전 같은 수준의 혜택 제공과 영업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며 "휴가철과 맞물려 무이자할부 혜택을 여행 관련 업종에서 우선 늘렸고, 전업종 무이자할부혜택은 금리 인하가 현실화한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