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전쟁 격화 … 불확실성 확대경기침체→수요 부진 우려에 환율·유가 출렁정유사, 환차손에 재고평가손실 유탄 폭격정제마진 4월 2달러대 그쳐 … 팔아도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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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관세전쟁 격화로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국제유가는 급락하며 경기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있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정유업계는 그야말로 유탄을 맞은 형국이다. 올 들어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정유업계는 ‘적자만 면해도 다행인 수준’이라며 한숨짓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개장했다. 장 시작가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장 초반 1487.3원까지 치솟으며 장중 기준 지난해 12월 27일 1486.7원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50%의 추가 관세로 재보복에 나서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극대화하며 외환시장이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관세 34%를 철회하지 않으면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각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는 이날 오후 1시1분 정식 발효된다.

    관세전쟁 리스크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59.10달러로 전장 대비 1.34달러(-2.22%) 하락했다. WTI 선물 가격이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팬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국제유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보복관세를 불러오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무역전쟁 긴장감 속에 국제유가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WTI 가격을 올 연말 58달러, 내년 말 51달러 수준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 원유를 수입, 정제해 휘발유·경유로 판매한다.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데, 결제 시점에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입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시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환차손은 1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충격이 정유업계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수요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정유사의 주요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제품판매가에서 원료·운영비를 차감한 가격)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제마진이 내리면 비싼 원유로 만든 제품을 제값에 팔 수 없어 재고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도 감내해야 한다.

    정유업계의 실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평균 5달러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은 올 들어 1월 1.8달러, 2월 3.3달러, 3월 4.1달러 등 손익분기(약 5달러) 아래 머물러 있다. 관세폭격과 함께 4월 정제마진은 2달러 수준으로 과거 평균(6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정유사로서는 제품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뜻이다.

    정유업계는 관세전쟁 유탄으로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정유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정유 부문에서 수백억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큰 폭의 실적 감소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