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발 쇼크에 전 세계 증시 불안한 흐름 지속'조기 대선 국면' 국내 증시선 정치·정책 테마주만 고공행진신용대출 상위 종목에도 테마주 포진…'묻지마' 투자 행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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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發) 쇼크에 전 세계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지속되며 국내 증시가 그간 하락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인 가운데 정치·정책 테마주들만 급등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보다 '묻지마식 투자' 행태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간 국내 증시 수익률 상위 1위는 상지건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해당 종목은 244.71% 급등했다.
평화홀딩스(170.75%), 유라클(129.00%), 원티드랩(113.91%), 크라우드웍(113.15%), 유라테크(111.30%) 등도 2배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종목들의 공통점은 '정치테마주'라는 점이다. 이외에도 소프트캠프(98.92%), 대영포장(96.83%), 태양금속(95.75%), 형지글로벌(89.25%), 에넥스(86.19%), 경남스틸(85.81%) 등 수익률 상위 20위까지 종목 대부분은 정치테마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정책 영향으로 전 세계 증시가 고전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인용 직후부터 정치 테마주가 강하게 반응하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거론되면서 관련 정치테마주는 급등락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상지건설은 지난 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도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4000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6거래일 만에 1만5000원을 돌파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1명으로 급부상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로 분류된 평화홀딩스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3연상을 기록, 지난 8일에도 9% 급등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는 6%대 하락 중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테마주인 경남스틸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인 태양금속은 4일과 7일 상한가 수준으로 올랐다가 이날은 각각 3%대, 9%대 하락하고 있다.
정책 관련주들도 급등하고 있다. 에르코스(176.63%)는 최근 6거래일간 급등세를 보였는데, 저출산 정책 수혜주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에르코스는 영유아 식품을 비롯해 온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온가족 푸드솔루션'을 제공하는 푸드테크 업체다.
계룡건설은 지난 8일 29.75%(4700원) 오른 2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정치권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 영향이다. 계룡건설은 지난 3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아파트 건설공사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이날도 계룡건설 주가는 22%대 급등 중이다.
문제는 정치 테마주 대부분이 본질적으로 실적과 무관한 흐름을 따른다는 점이다.
유력 주자와의 학연·지연에 기댄 채 실체가 불분명한 '옷깃만 스쳐도 인연'식 인맥주들은 해당 정치인의 운명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나 정치 테마주 열풍에 올라탄 종목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가도 급등하면 단타로 수익만 내면 그만이라는 투기적 인식이 만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신용대출 상위 종목에는 정치테마주가 대거 포함돼 있다.지난 8일 기준 신용비율 상위 종목에는 이재명 테마주인 에이텍(9.04%)과 유라클(7.00%), 한동훈 테마주인 오파스넷(7.01%)과 덕성(6.00%), 오세훈 테마주인 진양산업(6.37%), 홍준표 테마주인 경남스틸(6.3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신용대출이 많은 일부 종목들의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주가 급락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한 PB는 "대선주만 가는 형국"이라면서 "펀더멘털 분석이 무색한 장세다. 좋은 종목을 저가매수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요청이 있다보니 적극적이진 않아도 정치 테마주를 조금 편입하고 있다. 안 그래도 불안한 장세이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국내 주식을 장기 투자로 가져가는 것에 회의적으로 보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정치 테마주들의 운명을 보더라도 그 끝이 좋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도 대통령 선거일을 기점으로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제16~19대 대통령 선거 시점 정치 테마주 현상을 분석한 결과, 선거 기간 이례적 가격 급등이 있었던 정치 테마주의 평균 누적비정상수익률(CAR)은 선거 직전과 직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는 등 결과적으로 성과가 저조했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과정에서 관련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주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