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국내 증시서 8거래일 연속 순매도 … 총 10조원어치 팔아치워미-중 무역 갈등 격화에 원·달러 환율 급등 … 한때 1487.6원 기록NXT 출범 등 유인책에도 트럼프發 불확실성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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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전면 재개와 국내 정치적 리스크 해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셀 코리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세계 대상 고율 관세 정책 리스크에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총 10조26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9조250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1조166억원을 내다 팔았다.같은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483억원) ▲한국전력(338억원) ▲에이피알(192억원) 등으로 나타났고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2조2487억원) ▲삼성전자(-2조304억원) ▲현대차(-5682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팔자세’를 이어오는 중이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7월 말 2770.69에서 전날 기준 2334.23으로 15.75% 빠졌고 코스닥 지수의 경우 803.15에서 658.45로 18.02% 하락했다.당초 시장에서는 지난달 4일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의 출범과 3월 31일 공매도 전면 재개, 이달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31일부터 NXT 거래 종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공매도도 전면 재개될 예정”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재진입에 따라 외국인 매매 비중이 상승했는데, 이번에도 유사하게 거래대금 증가를 수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하지만, 지난 2일(현지 시각)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 대상 10%의 보편관세에 국가별 차별화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무차별 투매하는 현상이 촉발된 것이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환차손’으로 인해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다.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일 기준 전장(1467.8원)보다 5.4원 오른 1473.2원으로 정규장을 마쳤으며 새벽 2시 야간 거래에서는 1479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9일) 개장 직후에는 10.8원 오른 1484원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487.6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원화 약세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팬타닐 유입 방지를 명목으로 중국에 두 차례 10%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 2일에는 34%의 상호관세를 추가했다.이에 중국 재무부는 지난 4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국제 무역 규칙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의 정당한 합법적 권익을 엄중히 침해하는 전형적인 일방적 강압 행위”라고 비판하며 국무원 관세위원회가 관련 법률에 따라 오는 10일 12시 1분부터 미국의 수입 상품에 현행 관세에 34%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춰 같은 수준(34%)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얻은 막대한 흑자를 군에 사용한다”며 “중국은 폐쇄된(closed) 국가며 그들이 하는 일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아직까지 미·중 간 소통이나 보복관세 철회가 논의되지 않자 백악관은 강행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적인 보복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는 기존 대중 관세에 50%를 추가해 총 104%가 된다.또한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절하 고시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겼던 당시에도 위안화 평가절하를 썼었다.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의 제1, 2 교역국인 미-중 갈등 확대가 환율 급등 배경 중 하나”라며 “2018년과 같은 위안화 절하(환율 전쟁) 양상이 더해지면 시장은 1500원 이상도 프라이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추가 상승이 확대되고 있다”며 “상호관세 충격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의 급락 현상이 원화 가치에 부담을 줄 공산이 높은데,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에 동조화되기보다 위안화 가치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점에 기대를 걸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중국이 (미국과) 협상하길 원한다고 믿지만, 그들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며 “만약 중국이 협상을 위해 연락할 경우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할(gracious) 것”이라면서 협상의 문을 열어뒀기 때문이다.다만, 업계 관계자는 “미-중 양국 모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당분간 증시·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