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제일제당, 1년 8개월만에 화해… 로켓배송 재개CJ ‘반쿠팡연대’에 쿠팡 후발 즉석밥 강화로 갈등 이어와쿠팡·CJ제일제당, 2Q 실적 악화 이후 극적인 화해로
  • ▲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포수 뒤쪽 VIP석에 앉아 경기를 보는 강한승 쿠팡 대표와 손경식 CJ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쿠팡
    ▲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포수 뒤쪽 VIP석에 앉아 경기를 보는 강한승 쿠팡 대표와 손경식 CJ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쿠팡
    유통업계 앙숙으로 꼽히던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다시 손을 잡았다. 납품단가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CJ제일제당이 납품을 중단한 지 약 1년 8개월만이다. 그동안 양사의 사이는 다시는 돌아가기 힘들 정도의 골이 파인 것처럼 보였다. CJ제일제당은 ‘반쿠팡 연대’의 선봉장이 됐고 쿠팡도 즉석밥 시장의 후발주자들을 집중적으로 키웠기 때문이다.

    그런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다시 맞손을 잡은 배경에는 부진했던 2분기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실적 앞에선 적도 아군도 없었다는 시장의 논리가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14일 쿠팡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부터 직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판매를 시작으로 고메 피자·비비고 김치·행복한콩 두부와 콩나물·삼호어묵·다시다 등 냉장 및 신선식품 판매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이후 햇반·스팸을 비롯해 맥스봉 소시지·맛밤·쁘띠첼 등 주요 가공·즉석식품도 9월 말까지 판매 재개된다. 

    CJ제일제당이 쿠팡 로켓배송에 입점한 것은 약 1년 8개월만이다. 양사의 이런 재결합은 의외라는 시각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유통업계에서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반쿠팡연대’를 주도해왔다. CJ그룹은 지난 6월 신세계그룹과 온·오프라인 유통, 물류, 상품, 미디어 콘텐츠 전방위 협업을 위한 사업제휴를 체결했을 정도. 특히 CJ제일제당은 쿠팡의 경쟁사인 컬리, B마트에 전용상품, 전용관을 선보이는가 하면, C커머스로 대표되는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하기도 했다.

    쿠팡도 즉석밥 시장에서 독점적인 CJ제일제당이 빠진 이후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행사를 늘리면서 맞대응에 나서왔다.

    양극단을 달리는 것 같은 두 회사의 관계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3월 쿠팡플레이가 주최하는 ‘LA 다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미국 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이었다. 당시 강한승 쿠팡 대표는 손경식 CJ그룹 회장에 초대장을 보냈고 손 회장을 비롯해 강신호 CJ제일제당 부회장, 김홍기 CJ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가 함께 경기를 참관했다.
  • ▲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 포수 뒤쪽 VIP석에 앉아 경기를 보는 강한승 쿠팡 대표와 손경식 CJ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쿠팡
    다만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2분기 실적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순조롭게 성장을 이어오던 양사는 최근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은 2분기에 매출 10조3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지만 영업손실 342억원을 내며 8분기만에 적자전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추정치 1630억원을 판매관리비에 선반영한 것이 주효했지만 지난 1분기 영업이익 감소 이후 적자전환이라는 면에서 타격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근 C커머스의 공세에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CJ제일제당도 비슷하다. CJ제일제당은 2분기 매출이 7조2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성장했고 영업이익이 3836억원으로 2.0% 늘었지만 국내 식품부문만 보면 표정이 밝지 않다.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 매출은 1조3807억원으로 전년 동기 3% 감소했다. 햇반, 만두 등 가공식품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재식품의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부진이 주요 이유였다.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 매출 성장률은 2022년만 해도 12~16%대였다.


    결국 이런 양사의 부진한 실적은 감정의 골을 메우는 배경이 됐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채널 다변화에 따른 국내 식품매출 성장이 절실해졌고 쿠팡은 C커머스에 맞설 상품 구색이 필요해진 것이다. 실적 앞에서 그간 쌓인 감정은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소비품목인 신선과 가공식품 카테고리에서 전국민이 선호하는 ‘국내 1위 베스트셀링 브랜드’를 확보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이커머스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 재개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쿠팡에 4년 9개월간 납품을 중단했던 LG생활건강이 지난 1월 쿠팡와 다시 손을 잡고 코카콜라를 비롯한 페리오 치약과 테크 세제 등 주요 브랜드의 로켓배송을 재개한 것도 분위기 전환의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쿠팡과의 거래를 재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CJ제일제당의 다양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쿠팡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측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CJ제일제당과의 협업을 오랫동안 고대해왔다”며 “앞으로 고객들이 더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개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